배우 박은빈이 아닌 이휘는 상상할 수 없다.
KBS2 월화드라마 ‘연모’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서사와 흥미로운 전개로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그 모든 이야기를 탄탄히 뒷받침하고 있는 박은빈의 연기가 드라마의 매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박은빈은 이휘라는 인물을 그려감에 있어 단순히 외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한 사람의 용기와 희생이 돋보이는 그의 연기는 말 그대로 전무후무한 '남장 여자 왕'을 탄생시켰다.
담이가 죽은 오라비 세손을 대신해 왕세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오보 저하', '동빙고 마마'를 자처한 것도, 그리고 지난 7회에서 이성을 잃고 태감(박기웅)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도 모두 자신이 아닌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결국 박은빈이 그려낸 이휘 안에는 여전히 가슴 따뜻한 담이가 살아 숨 쉬고 있었던 것.
그렇게 ‘연모’가 초중반부에 다다른 지금, 박은빈이 섬세하게 쌓아올린 연결고리들이 하나 둘 맞춰지며 이휘의 서사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차가운 겉모습은 예전과 다름없었지만 상대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목소리의 높낮이, 그리고 정지운(로운)을 바라보는 복잡한 눈빛에서는 조금씩 담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성별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이 아닌 큰 비밀을 지닌 이휘라는 인물 그 자체에 온전히 몰입한 박은빈의 연기는 더욱 깊은 처연함과 절박한 감정을 밀도 있게 전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운에 대한 연모의 감정이 피어오를수록 자신도 모르게 담이가 불쑥 튀어나오는 순간까지 세밀하게 표현해 내는 그의 모습은 '연모'만의 궁중 로맨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며 설렘까지 잡아내고 있는 상황.
‘연모’를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진 연기력과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는 배우 박은빈. 앞으로 남은 이야기에서 그로 완성될 이휘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모인다.
한편, 박은빈 주연의 KBS2 ‘연모’는 매주 월, 화 밤 9시 3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