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3일(현지시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는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발표가 나올 것이 유력하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시선이 모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9월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르면 11월 테이퍼링 시작을 천명했고, 이후 공개된 FOMC 의사록은 개시 시점을 '11월 중순 또는 12월 중순'으로 구체화했다.
테이퍼링 시작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연준이 재도입한 양적완화 정책 기조의 변화를 알리는 것이다.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직후 발 빠르게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매달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대량 매입하고 있다. 장기 금리를 억제함으로써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적인 통화 완화 조치다.
월 1천200억 달러(미 국채 800억 달러, MBS 4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사들이는 연준은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 내년 중반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완전히 종료할 것이 유력하다.
테이퍼링 개시를 결정할 경우 3일 FOMC 회의 종료 후 공식 성명 등을 통해 구체적인 방식과 일정표를 내놓을 전망이다.
지난 9월 의사록에 따르면 매달 미 국채 매입 규모는 100억 달러씩, MBS 매입 규모는 50억 달러씩 각각 축소해 8개월에 걸쳐 진행하겠다는 구상이 제시됐다.
물가와 고용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을 테이퍼링 조건으로 언급해온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을 기정사실로 한 것은 예상보다 빠른 경제 회복과 그 과정에서 불거진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다.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4.4% 급등해 1991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최근 물가상승률은 연준 목표치인 2%를 두 배 이상 상회하는 추세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4개월 연속 3.6% 올라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지난 9월 일자리 회복이 주춤했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2%(연율)에 그쳤으나, 주요 원인인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수그러들었다는 점에서 연준의 테이퍼링 결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의 미국시장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페롤리는 AFP통신에 "연준이 이번에 테이퍼링을 하지 않는다면 가장 놀라운 소식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 후 인플레이션과 금리 전망에 관해 파월 의장이 어떤 언급을 내놓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경고할 경우 그동안 테이퍼링 예고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상승장을 유지해온 뉴욕증시가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으나, 인플레이션 때문에 내년 하반기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