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취재기자와 함께 중소 IT·기업의 인력난, 무엇이 문제인지, 해결방안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성장기업부 이준호 기자 나와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IT 인력난은 사실상 예견된 일인데, 결국은 부족한 공급을 해결하지 않는 한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요?
<기자>
일단 공급 측면에서 보면 양질의 교육을 받은 IT인력은 처음부터 네이버나 카카오 등 IT 대기업에 취업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6개월이나 1년짜리 단기 코딩교육을 받은 인력이 중소 IT기업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마저도 이들은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옮기는 것이 목표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걸 비난할 수는 없죠.
인력공급이 안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인력 마저 IT 대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중소 IT기업들의 고통은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IT 인력 공급을 늘릴 수 없다는 점도 큰 문제로 꼽힙니다.
<앵커>
그동안 4차산업 혁명이다 뭐다 해서 정부가 IT 인력을 확충한다고 매번 강조했는데, 현실은 왜 이런겁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력 양성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IT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은 코딩 같은 간단한 스킬이 아닌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과 잠재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런점에서 보면 대학에서 1학년때부터 또는 복수전공을 통해 기초적인 논리적 구조와 스킬을 배워온 학생들이 필요한 셈이죠.
그게 대학이 해야 할 중요한 인재 양성의 과제지만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현재 수도권 대학의 경우 정원 규제로 IT인력을 양성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IT 인력을 공급한다고 하면서 6개월이나 1년 과정의 IT 교육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IT기업들은 단기간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질낮은 인력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결국 최소한 대학에서 체계적인 IT 정규 교육을 받고 나온 인력을 원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앵커>
실제 산업 협장에서는 IT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 배울려는 학생들도 많을텐데, 대학이 직접 나서서 많이 뽑고 가르치면 안되나요?
<기자>
앞서 간단하게 살펴본 수도권 대학의 입학 정원 총량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현재 수도권 소재 대학은 지난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입학 정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정원 총량제 때문에 수도권 대학은 학과 정원을 늘리거나 학과를 신설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대학 스스로 IT관련 학과 학생을 조금 더 뽑거나 최첨단 분야의 과로 바꾸거나 새로 만들면 되지 않냐. 이런 의구심이 들 수가 있죠.
대학 내부의 복잡한 상황 때문에 이 마저도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각 대학은 전공학과들이 서로 경쟁하는 상황인데, 각 학과 마다 자신의 정원이 줄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결국 정부가 해묵은 규제를 풀지 않으면서 대학이 나서서 IT 인재를 양성하라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는 셈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정부가 IT 인력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 총량 규제를 풀면 되지 않나요? 특별한 문제가 있습니까?
<기자>
이 문제 역시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려 있습니다.
정부가 규제를 풀고 싶어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큰 이슈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최근 학령 인구가 줄면서 지방 대학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풀어주면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어 쉽게 손을 쓰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미래에는 결국 IT인력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지가 중요한데 언제까지 지방 문제를 이유로 규제를 풀지 않느냐며 비판을 나오고 있는 거죠.
전문가의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위정현 /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결국 IT인력 자체가 제대로 공급 안된다면 경쟁국인 중국이나 미국 상황을 볼 때 그들이 갖고 있는 IT인력의 파워를 현재 구조로는 100% 당할 수 없습니다. 100전 100패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다. 그러면 균형발전이라는 화두보다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간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수도권 정원 제한 같은 것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상황입니다]
<앵커>
국내에서 IT인력을 양성하는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있는 모습인데, 그렇다면 해외 주요 국가는 어떤가요?
<기자>
미국 대학의 경우 예를 들어 인문 전공, 공학 전공 등 큰 카테고리로 뽑아서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이 공학을 가고, 공학을 전공한 학생이 인문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대학 자체가 유연한 학사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인데, 그래서 미국은 산업 현장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인력의 수요와 공급에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거죠.
실제 사례를 통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인재들 중 상당수가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데. 이곳의 정원은 지난 2008년 141명에서 2018년 745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대의 같은 학과 정원은 15년째 55명으로 동결됐습니다. 그나마 올해 들어 70명으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가까운 나라 중국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교육 과정을 전면 개편해 AI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100시간 이상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행하는 곳도 있고 중·고등학교 때는 실제 AI 관련 실습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이런 공교육 기조를 대학도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AI와 관련된 학과만 4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 사례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독일의 전기차와 관련된 인력들이 대거 현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바탕에는 아우스빌둥이라는 독일만의 선진 기술 인력 양성 과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우스빌둥은 직업전문학교의 이론 교육과 특정 기업의 현장 교육 훈련이 맞물려 진행되는데요,
학생들은 최신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해당 기업도 맞춤형 인력을 뽑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겁니다.
현재 독일에서는 300여개가 넘는 직종의 아우스빌둥이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더 늦기전에 IT 인력 양성을 위한 대책이나 정책 기조가 바뀌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기자>
미래의 산업, 특히 AI나 메타버스 등의 성장성이 계속 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IT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대기업도 대기업대로 IT인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배경훈 LG전자 AI연구원장은 "대학에서 배출되는 학생을 다 수용하더라도 기업의 AI인재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정부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정책 방향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구요,
대학도 정원 부족을 이유로 볼멘소리만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틀에 박힌 사고로는 양질의 인재 양성은 물론 대학 스스로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 인터뷰를 듣고 마치겠습니다.
[위정현 /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정부도 미래의 트렌드를 읽어야 합니다. 독일이나 미국, 일본, 심지어 중국에 비해서도 우리의 교육 행정과 대학의 산학 연계성이 떨어집니다. 대학의 미래를 교육부의 승인 하에 움직여야 한다는 발상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학의 자율적 경쟁구조 이를 통해 대학도 변신하는 노력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