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G20 정상회의를 마무리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약속이라는 관점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기본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사람들이 실망할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나도 실망스러웠다"면서 "중국이 하지 않은 것, 러시아가 하지 않은 것, 사우디아라비아가 하지 않은 것에 계속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G20에 대면 참석하지 않은 채 기후변화 대처 등을 위한 합의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G20에서 각국 정상이 기후변화 등에 있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책임으로 미루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신 "부분적으로 미국이 테이블로 가져온 약속 덕분에 우리가 (G20에서) 손에 잡힐 진전을 이뤄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이번 G20에서 미국이 등장해 동맹 및 파트너와 중요한 사안에 대해 협력하는 힘을 보여줬다는 말도 했다. 또 "이해와 협력 구축에 있어서는 정상들 간 대면 논의와 협상을 대체할 것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번 G20에서 미국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부각하는 한편 정상이 참석하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에 에둘러 비판적 메시지를 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이 증산을 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차원에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가 검토하는 것들에 대해, 실행하기 전에 말하는 것이 주저된다"고만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드론 공격과 같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적대적 행동을 할 경우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G20에서 독일·프랑스·영국 정상과 이란의 핵협상 복귀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건 처음이다.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 전세계적 현안에 있어 미국의 리더십을 확인한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였지만 기후변화에 있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화상 참석 역시 G20을 통해 미국 주도의 글로벌 협력 체제를 재확인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를 빛바래게 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