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콜센터 상담사들이 여전히 고객의 '갑질'에 시달리고, 회사로부터 부당대우를 받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31일 노무사와 변호사 등 노동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노조 우분투센터가 지난달 1∼7일 콜센터 상담사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1%는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고객의 갑질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목소리를 높이거나 화가 난 말투로 말을 한다'(74.5%), '빨리 처리해달라고 계속 독촉한다'(76.3%), '대기시간, 회사 정책 등에 대한 불만을 상담사에게 항의한다'(76.0%) 등의 사례에 70%가 넘는 응답자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응답자도 68%나 됐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회사로부터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의 39.7%는 '상담 중 이석 금지'·'점심시간 외 휴게시간 미부여' 등의 고충을 겪었다고 답했고 '연차휴가 강요'·'연차휴가 거부'를 경험한 비율도 각각 33.5%, 32.3%였다. '화장실 사용 제한'을 경험한 응답자도 17.8%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업무 변화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5.7%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업무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반면 회사로부터 받는 지원은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4.2%는 한 달간 회사로부터 마스크를 한 개도 지급받지 않았다고 답했고,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동료와의 간격이 1m 이상으로 늘었다'거나 '교대근무 및 재택근무가 실시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25.5%, 38.5%였다. 비용이 적게 드는 칸막이가 설치됐다는 응답도 45.8%로 절반이 넘지 않았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원청회사는 상담사가 실효성 있는 상담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감정노동자 보호조치도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6%포인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