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마크롱 만나 '오커스갈등' 봉합·대중국압박 협력 합의

입력 2021-10-30 07: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오커스'(AUKUS) 창설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가 한 일은 어설펐다"며 "품위 있게 처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호주의 오커스 창설과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지원으로 프랑스가 뒤통수를 맞았다며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던 일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사실상 사과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프랑스만큼 오래되고 충실한 동맹이 없다. 프랑스는 극도로, 극도로 소중한 파트너"라며 한껏 몸을 낮췄다. 프랑스가 오커스 진행 상황에 대해 진작부터 고지받은 줄로 알았다고도 해명했다.

먼저 발언에 나선 마크롱 대통령은 "나에게 있어서 우리가 반드시 봐야 하는 것은 미래"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 프랑스 관계가 회복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명확히 해야 할 것들을 명확히 했다"며 "지금 정말로 중요한 것은 앞으로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다"라고 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커스 사태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화해 제스처에 화답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뼈 있는 말'을 던진 셈이다.

이날 회담은 바티칸 주재 프랑스대사관에서 이뤄졌다. AP통신은 백악관의 양보에 따라 프랑스가 회담을 주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오커스 갈등 이후 대면 회담을 한 건 처음이다.

지난 9월 15일 미국이 영국, 호주와 오커스를 창설하고 대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자 프랑스는 미국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며 격하게 항의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호주에 핵잠수함 보유 지원을 공개 천명하면서 호주와 맺었던 프랑스의 잠수함 건조 계약이 어그러진 탓이다.

프랑스는 일방적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떠오른다고까지 비난, 오랜 동맹인 미국과 프랑스 사이에 균열이 공개 노출됐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대면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양국은 정상회담 후 양국의 오랜 동맹관계를 부각하고 각 분야에서의 협력을 다짐하는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을 통해 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 에너지, 핵문제 등이 논의됐다며 "양 정상이 중국의 부상에 따른 도전에 대한 논의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성명에도 중국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미국은 인도태평양 파트너로서 프랑스의 지속적인 역할을 환영한다'와 같이 인도태평양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표현이 다수 들어갔다.

특히 "프랑스와 다른 유럽국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공군력 및 해상 배치 전력을 증강하는 가운데 미국은 이러한 배치에 대한 지원과 물리적 기여를 확대할 생각"이라는 문구까지 포함, 군사적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 의지도 분명히 했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갈등을 봉합했으나 관계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 후 취재진에 "신뢰는 사랑과 같다. 선언도 좋지만 증거는 더 좋은 것"이라며 미국의 후속 조치와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회담이 길어진 것 등의 이유로 당초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늦게 회담장에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