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른 이상직 석방…"법원의 편의 제공" 비판

입력 2021-10-28 18:21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으로 구속기소 됐던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이 풀려났다.

구속 만료일(11월 13일)보다 16일이나 이른 시기에 이뤄진 보석 결정이어서 시민·사회단체는 "법원의 편의 제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는 28일 이 의원의 보석 허가를 직권으로 결정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조건은 ▲ 전주 주거지에 거주할 것 ▲ 주거지 변경 시 법원의 허가를 받을 것 ▲ 소환 요구 시 반드시 정해진 일시·장소에 출석할 것 ▲ 출석 불가 시 법원에 신고 등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보석이 취소되며 이 의원은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해질 수 있다.

재판부는 구속 기한(6개월) 만료일이 다가오자 직권으로 이런 조건을 달아 이 의원의 보석 허가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전북민중행동은 성명서를 내고 "재판부가 재선 국회의원인 이 의원에게 편의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민이 구속됐을 때 구속 기한 만료 전 재판부가 직접 보석 결정을 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면서 "이스타항공 자금 횡령과 대량 해고로 노동자들을 괴롭게 한 이 의원의 편의를 봐준 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재판부는 무엇이 두렵고 무서워 500억원대 횡령범, 노동자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 자를 왜 봐주는가"라고 되물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법조계에서도 이 의원의 이른 보석을 석연치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보석을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한 경우는 흔치 않다"며 "구속 기한 만료일을 넉넉하게 앞두고 보석 결정을 내린 이유를 법원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주지법은 '증거 인멸의 우려 해소' 등을 들었다.

보석을 결정한 재판부는 "당초 이 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한 주된 이유는 증거 인멸의 우려였다"며 "검찰 측 증거조사가 끝났기 때문에 증거 인멸의 우려는 다소 해소됐다. 이런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주지법 관계자는 "구속 가능 기간인 6개월을 꽉 채워서 자연 석방하면 피고인이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거나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며 "피고인이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건을 달아 구속 만료일보다 일찍 석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찍 풀어주면 피고인에게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일찍 풀려난 기간만큼 재구금된다"며 "그만큼 피고인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기에 꼭 이른 보석이 좋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주교도소에서 석방된 이 의원은 불구속 상태에서 오는 11월 2차례 재판에 임하게 된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2일이다.

이 의원은 2015∼2018년 수백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을 이스타홀딩스 등 계열사에 저가 매도하는 수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었다.

이 의원과 그 일가의 횡령·배임 금액은 약 5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