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회사 머크(MSD)가 알약 형태의 코로나19 치료제 복제약을 빈곤 국가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대해 국제사회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긍정적인 조치"라며 "세계 곳곳에서 저렴하게 의약품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세계보건기구의 공공의료 분야 담당자인 마리안젤라 시마오 박사는 파이낸셜 타임스(FT)에 "공공의 보건에 초점을 맞춘 제약사의 자발적인 계약"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머크는 유엔이 지원하는 의료단체 '국제 의약 특허풀'(MPP)과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를 다른 제약사들이 제조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 사용 협약에 합의했다.
협약에 따라 105개 중·저소득 국가에서 이 약의 제네릭(복제약) 제조권을 확보하는 경우 1회 치료분(5일치)의 비용이 20달러(약 2만2천원) 정도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노스이스턴 대학 로스쿨의 브룩 베이커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제조사들 간의 경쟁이 심화하고 생산 규모도 확대되면 1회 치료에 드는 비용이 10달러(약 1만1천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앞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회 치료분을 712달러(약 83만원)에 계약한 바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약사를 경영하고 있는 스티븐 사드는 뉴욕타임스에 "1회 치료 당 20달러에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몰누피라비르 제조에 도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나라에서 의약품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운동을 해온 활동가 시봉길레 차발라라는 비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의 예를 들며 "특허 문제로 너무 많은 목숨을 잃었다"며 "생산국 범위를 넓히면 최대한 낮은 가격을 확보하고, 아프리카의 공공보건 체계가 이 약을 구입해 더 널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영리 연구단체 '국제 지식생태계'의 제임스 러브 대표는 "인구의 절반 이상을 보호할 아주 훌륭한 조치"라며 "비록 완벽한 계약은 아니겠지만, 이 약이 선전에 나온 만큼 잘 듣고, 충분히 안전하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반겼다.
러브 대표는 다만 "머크가 인도 제약사와 맺은 복제약 제조 계약을 보면, 중국 러시아 등에서는 복제약을 판매할 수 없다"며 "라틴아메리카 국가 대다수도 판매 가능지역에서 빠졌다.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태국 등은 어떻게 할 셈인지 알 수 없다"며 일부 중·저소득 국가가 제외된 점을 지적했다.
시애틀 워싱턴 의대의 낸시 제커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머크의 결정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기술을 공유하라는 거대 제약사를 향한 압박이 이번 일로 멈춰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