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린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멈춰 섰던 건설 프로젝트 현장 중 일부를 다시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헝다의 자금 사정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26일 인터넷판에서 헝다가 광저우(廣州), 포산(佛山), 후이저우(惠州) 등 광둥성의 주장(珠江)삼각주 일대의 건설 현장 40곳의 운영을 다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헝다는 남방도시보에 시공이 재개된 현장에서 올해 말까지 주택 등 부동산 상품을 고객들에게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공을 재개한 현장 40곳 중 32곳의 계약서상 인도 예정일이 올해 12월 31일이라고 남방도시보는 전했다.
앞서 헝다는 지난 24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광둥성 일대에서 10여개 건설 현장 운영을 다시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남방도시보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며칠 사이 공사가 재개된 현장이 늘어난 것이다.
헝다의 유동성 위기가 심해지면서 현장 노동자와 협력업체에 임금과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중국 전역에 걸친 건설 프로젝트 현장이 멈춰선 바 있다.
헝다는 중국 부동산 산업을 대표하는 민영 기업으로서 중국 전역의 280여개 도시에서 1천300여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가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아파트 등 부동산 상품을 완공해 고객에게 인도해 잔금을 받게 되면 자금 사정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부동산 개발 기업인 헝다가 당면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을 정상화하려면 자산 매각과 함께 건설 현장 재가동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헝다가 지난 23일 공식 디폴트 위기를 겨우 넘기고 일부 건설 현장 운영을 재개하고 있지만 유동성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오는 29일과 내달 11일 헝다가 내지 못한 달러화 채권 이자 지급일이 연이어 찾아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달러 채권을 많이 발행한 부동산 개발 기업들을 불러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26일 밤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이날 외환관리국과 공동으로 '중점 산업의 기업들의 외채 문제 좌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당국은 기업들이 역외 채권 상환 또는 차환에 필요한 외화 자금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면서 기업들이 시장 원칙에 따라 능동적으로 역외 채권 원리금 상환 준비를 해 기업 자신의 명예와 시장 전체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