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뉴욕증시 A to Z, 조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 저희가 이야기 나눌 기업부터 확인해볼까요.
'FB' 페이스북이군요. 최근 내부 고발로 논란이 일면서 주가가 많이 빠졌죠.
<기자>
맞습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극단적 증오나 분열을 부추긴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실제 미국 사회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한 거부감이 들끓고 있는 상황입니다.
9월초 380달러선이었던 페이스북 주가는 현재(22일 종가 기준) 320달러대까지 내려와있는데요. 현지시간 25일 장 마감 후, 그러니까 우리시간으로는 내일 오전에 페이스북의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 이번주 28일에는 연례 컨퍼런스 'CONNECT 2021'을 여는데요.
이 자리에서 새로운 사명을 발표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앵커>
회사 이름을 바꾸는 것은 최근의 악재 분위기를 전환해보려는 한 수로도 보이지만, 그 이상의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앱 자체의 이름을 바꾸는 것보다는, 구글과 알파벳같은 모습이 되는 걸까요?
<기자>
일단 공식적으로 페이스북 측은 '추측에 대해 답하지 않겠다'고 답했는데요. 유력한 것은 새로운 사명의 모회사 아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기업들이 자리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CEO가 그동안 메타버스 회사로의 전환 의지를 계속 강조해왔던 만큼, 사업다각화 측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여 시장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검색 엔진을 뛰어넘는 기업 혁신을 강조하며 지주회사 '알파벳'을 설립했던 것처럼 말이죠.
일각에서는 최근 페이스북이 내놓은 VR 워크룸(오피스)인 '호라이즌(Horizon)'이 유력해보인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앵커>
메타버스는 로블록스 이야기할 때 한번 다뤘죠.
페이스북이 메타버스로 전환한다 하면 어떤 뜻입니까? 가상세계 속 소셜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건가요?
<기자>
페이스북은 그보다 더 큰 의미의 가상현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로블록스나 네이버 제페토처럼 각 기업, 또는 앱별로 자체 메타버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온라인 공간, 공공장소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설명하자면 인터넷 공간이 컴퓨터 PC 기반, 스마트폰 모바일 기반으로 확장되어 왔는데, 차세대 웹 환경은 AR, VR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 생태계가 될 것이고, 그 기반되는 플랫폼을 페이스북이 선점하겠다는 겁니다.
페이스북이 이렇게 메타버스로 공격적 혁신, 전환을 외치는 이유는 애플과 구글에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30억명에 가까운 전 세계 사람들이 이용하는 SNS이지만, 독자적인 플랫폼으로서의 주도권은 쥐지 못하고 있거든요. 일례로 최근에 애플이 사생활 보호 정책을 바꾸면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의 맞춤형 광고가 불가능해졌죠. 실제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스냅의 광고 수익이 타격 받으면서 페이스북의 주가도 22일 하루 5% 넘게 떨어졌습니다. 오늘 발표할 실적에서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도 바로 광고매출 여파구요.
<앵커>
결국 메타버스로의 전환은 기존 운영체제 휘하를 벗어나 차세대 주도권을 갖겠다는 거군요.
소비자로선 어떤 제품,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현재 페이스북은 VR, AR 시장에서 앞서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VR 헤드셋 기기인 오큘러스의 시장 점유율은 75%, 독점 수준이고요. 최근에는 레이벤 안경업체인 룩소티카와 손잡고 AR 기반 스마트글래스를 선보였습니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컴퓨팅 기기라고 보고 있는 것인데요.
VR헤드셋이나 AR글래스 모두 자체 전용 OS가 탑재돼 PC없이도 네트워크에 접속, VR 콘텐츠를 실행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영상 2 잠깐 틀어주세요. 그 이후에는 VR/AR 영상3으로)
예를 들어 지금 보시는 화면이 호라이즌 워크룸인데, 오큘러스 VR헤드셋만 끼면 사용자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이 연동되서 타이핑을 치면 노트북에 저장되고, 또 동료를 향해 말을 하면 가상 오피스의 아바타가 말을 거는 등 그야말로 움직이는 나만의 오피스가 헤드셋만으로 가능해지는 겁니다.
그리고 가상 오피스 '호라이즌'에 이어서 가상화폐 디지털지갑 '노비(Novi)'를 출시했는데요. 개발운영은 코인베이스와 손을 잡았구요. 다만 페이스북의 자체 암호화폐인 '디엠(Diem)'이 아니라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팍소스달러(USDP)'를 채택했는데요. 미 규제 당국이 디엠을 승인하지 않고 있죠. 페이스북이 독자 통화를 운영하는 것에 우려가 상당해서 디지털지갑, 가상화폐 서비스는 당국의 규제가 가장 큰 넘어야할 산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반 인터넷 보급과 기술 개발에도 열심인데요. 유럽과 미국을 해저 케이블로 연결한데 이어,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잇는 최장 헤저케이블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중이고, 무선 인터넷 보급 기술 '테라그래프'와 로봇으로 광섬유 케이블을 자동 구축하는 기술 '봄빅스' 등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페이스북이 로봇을 개발해 대륙간 해저 케이블을 심는다니 의외이긴 합니다.
자. 그럼 페이스북이 마주한 위기는 무엇입니까?
<기자>
이번 내부 고발자 폭로 이전에도 페이스북은 반독점 규제로 미 연방정부와 소송을 진행 중이었죠. 여기에 미 의회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악재는 10대~20대 젊은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파이퍼 샌들러 조사에 따르면 10대들이 좋아하는 소셜미디어는 스냅챗과 틱톡이 1,2위를 차지하고 인스타그램 3위에 그쳤습니다. 10대 사용자를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야 하는 상황이 어떻게 보면 이번 폭로, 10대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것을 알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메타버스로의 전환 역시 10대를 타겟팅하는 측면이 큰데요. 이에 앞서서 사용자의 정신건강을 외면하는 현재의 페이스북은 앞으로의 성장에서도 여러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명을 바꾸는 것으로 잃어버린 사용자들을 되찾으려 하는 것 만큼이나,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앵커>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죠.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