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 기조 강화,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 발표가 맞물리면서 서울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 월간 상승률이 1%대로 치솟았다.
서울 빌라 매맷값은 지난해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작년보다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이다.
24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6.21%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3.51%)의 약 1.8배에 달했다.
작년 한 해 서울 빌라 매매가 상승률은 8.18%로, 2007년(8.8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었다.
지난해 말 월간 오름폭이 1∼2%대까지 치솟았던 서울 빌라 가격은 올해 들어 상승 폭이 1%대 이하로 작아졌고 지난 6월에는 0.22%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7월 0.63%, 8월 0.73%에 이어 지난달에는 1.42%로 다시 급등했다.
지난달에 전달 대비 2배 가까이 오름폭이 커지며 올해 첫 1%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서울 연간 빌라 매매가격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고 상승률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상승률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런 현상은 아파트의 매매가뿐 아니라 전셋값마저 빠른 속도로 치솟자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옮겨간 결과로 풀이된다.
KB통계로 한강 이북에 있는 강북권 14개 구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는 지난달 3억97만원으로 처음으로 3억원을 돌파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도 서울 빌라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 7월 처음으로 3.3㎡당 2천만원을 넘어섰다. 중위 매매가는 표본을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격을 의미한다.
부동산원 통계로 서울의 전용면적 60㎡ 이하 빌라 지하층마저 올해 평균 전세 보증금이 1억원을 넘어서자 빌라 전세 수요마저 일부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기조 강화에 따라 일선 금융기관의 '대출 조이기'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아파트보다 저렴한 빌라가 매수에 용이한 측면도 있다.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서울은 빌라가 아파트보다 매매가 많은 현상이 올해 들어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등록된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계약일 기준)는 이날 현재까지 총 1천410건으로, 아파트 매매(643건)의 약 2.2배에 달한다.
이달 말까지 아직 일주일가량 남은 데다 등록 신고 기한(30일)까지 고려하면 수치 자체는 변동될 수 있지만, 아파트보다 빌라 매매가 많은 현 추세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가 빌라보다 월간 2∼3배까지도 많은 것이 통상적이었다. 국내에서는 주택 시장 수요자들이 절대적으로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10개월 연속 매매량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월별 빌라 매매 건수는 1월 5천845건, 2월 4천481건, 3월 5천136건, 4월 5천712건, 5월 6천6건, 6월 5천484건, 7월 4천869건, 8월 4천504건, 9월 3천968건이다.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월 5천797건, 2월 3천874건, 3월 3천789건, 4월 3천669건, 5월 4천899건, 6월 3천945건, 7월 4천701건, 8월 4천186건, 9월 2천591건이다.
가격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아파트 매매는 크게 줄었지만, 빌라는 상대적으로 예년의 매매 건수를 유지하면서 올해 들어 매달 아파트 매매 건수를 앞지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이 속속 확정되면서 서울 빌라의 매매가 상대적으로 활발하고, 가격도 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최근 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높이 제한 규제를 푸는 것 등을 마지막으로 지난 5월 발표한 '6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의 후속 조치를 모두 마무리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2종 일반주거지역은 주로 다세대·빌라 밀집 지역"이라며 "용적률 상향과 층고 완화로 재개발 기대감이 커지며 서울 빌라에 투자 수요도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