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고(故)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한 '강제전역' 처분을 사실상 취소하는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가 전날 육군에 1심 항소를 포기하라고 지휘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육군은 내주 판결이 확정되는 대로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육군은 성전환을 이유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전역 조처했던 변 전 하사의 인사상 기록을 '정상 전역'으로 정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017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변 전 하사는 생전 장기복무를 지원하지 않아 당초 올해 2월 전역 예정이었지만, 작년 1월 강제전역됐다. 육군 부사관 의무복무 기간은 4년이다.
이미 전역 예정일이 지나 인사상 '정상 전역'으로 표기가 바뀌는 것이지만, 이번 조처는 군이 당시의 '강제전역' 처분을 취소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육군은 당시 전역으로 못다 한 13개월 치 복무기간 월급도 변 전 하사 유족 측에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 육군부대 소속이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돌아와 '계속 복무'를 희망했지만, 군은 변 전 하사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시행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변 전 하사는 육군본부에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첫 변론 전인 지난 3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지난 7일 대전지법 행정2부(오영표 부장판사)는 변 전 하사가 생전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군은 "1심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법무부에 항소 지휘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전날 육군에 '항소 포기'로 지휘함에 따라 이번 판결은 오는 26일 확정된다. 성전환 장병 복무와 관련한 첫 판례로 기록된다.
한편, 이번 판결로 국방부는 성전환 복무자 근무 여부에 대한 정책 검토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미 국방부는 관련 연구를 올해 안에 착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다만 변 전 하사의 '명예회복'과 별개로 실제 성전환자의 군 복무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무부도 전날 항소포기 지휘 취지를 설명하면서 "이 사건 판결은 성전환자의 군복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고, 사건 처분 당시 여성이었던 망인(변 전 하사)에 대해 음경 상실, 고환 결손 등을 이유로 한 전역처분이 관련 법령에 비춰볼 때 위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전환자의 군복무 인정 여부는 추후 관련 규정의 개정 검토, 군의 특수성 및 병력 운용, 국방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국민적 공감대 등으로 종합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군의 특수성, 국민적 여론 등을 고려한 정책연구를 통해서 성전환자의 군 복무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