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내 진료·약배달…취지 훼손·오남용 우려도 [글로벌 시장 10년간 '쑥쑥' VS 국내 20년째 '표류'②]

입력 2021-10-22 17:32
수정 2021-10-22 17:32
<앵커>

원격진료를 하면, 약은 어떻게 받는 걸까요?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약을 배달해주는 업체들이 있는데, 국내도 최근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겼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했는데, 약물 오남용 문제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연속기획 보도, 오늘은 두 번째로 원격진료 확대에 따른 약배달 산업과 관련해 김수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약 배달 앱(어플리케이션)을 깔고, 곧바로 진료를 신청해봅니다.

5분도 되지 않아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의사/강남구 000의원: 네, 병원입니다. (약을 한 2주? 2주 정도 먹어보고 싶은데) 2주면 14알이 필요하신거에요? (네) 그렇게 해서 처방전 앱 안에 올려드릴게요.]

피부질환 상담이 끝나고 약 배달을 기다린지 1시간 남짓.

오토바이를 탄 배달 기사가 약을 전달해줍니다.



이렇게 쉽고 간편하게 진료와 약 배달이 끝나다보니, 바쁜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약 배달 앱이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문제도 있었습니다.



해당 약물은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최소 3개월은 복용하면 안되는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였지만 약사와 대면할 수 없기에 관련 설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코로나로 한시적 원격진료가 허용되자, 이렇게 IT 기반 약 배달 스타트업 기업이 생기며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닥터나우는 누적 이용건수 30만을, 누적 투자액은 120억 원을 넘었습니다.



[임경호 부대표/닥터나우: 오남용이 문제인건데…쉽고 빠르고 편리한 것이 문제인가는 의문이 있습니다. 병원을 직접 못가는 이유가 분명히 있단 말이죠. 이런 것에서 솔루션을 주고 싶은 겁니다. 놓치지 말고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 진료를 보고 의료를 습관화하고….]

그러나 오남용 우려도 있습니다.

정춘숙 국회의원실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서 마약류 수면제 '졸피뎀'의 경우 원격 진료 처방 건수가 대면 진료에 비해 2배 가량 많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정수연 정책이사/대한약사회: (플랫폼 업체가) 테스트로 시작했던 지역을 보면 강남권, 여의도 이런 직장인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에요. 이 지역들의 특징이 절대 의료 접근성이 낮지 않거든요. 필수적이지 않는 탈모, 다이어트 같은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광고가 진행이 됐고…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는 의료기관 이용 횟수를 줄이자는 목적이었거든요. 의료기관을 통한 감염병 확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원래 당뇨병 등 1~2달 주기로 같은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편하게 진료·처방을 받는 게 취지였는데 훼손 우려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산업계도 고민이 많습니다.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한시적 원격진료 완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는데다, 정부가 관련 법·규제를 산업계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을 '규제 챌린지'에 포함시키며 과도한 규제를 적극 개선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 2일부터는 수면제나 발기부전약 같은 오남용 우려가 큰 의약품은 원격진료를 통한 처방·조제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커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을 바라만 봐야 하는 IT산업계와 오남용과 본래의 취지 훼손을 우려하는 의약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수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