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등에서 이른바 '뒷광고'로 돈을 벌고 소득신고를 하지 않은 인플루언서 등 수십명이 세무 당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탈세 혐의가 있는 인플루언서, 미등록 숙박공유업자, 공직 경력 전문직 등 7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수백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글로벌 인플루언서 A씨는 직원과 촬영시설이 있어 부가가치세법상 과세사업자인데도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 각종 업체에서 광고비를 받았으면서도 광고라는 사실을 표기하지 않는 '뒷광고' 콘텐츠로 번 소득도 신고하지 않았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수억원대 슈퍼카 3대를 임차해 가족들과 함께 탔다. 해외여행과 고급 호텔을 즐기고 고가의 피부 관리를 받으면서 쓴 돈은 업무상 비용으로 처리했다.
SNS 팔로워가 수백만명인 콘텐츠 창작자 B씨는 해외 후원 플랫폼에서 가상계좌로 받은 후원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 B씨는 탈세한 돈으로 아파트 6채 분양권을 사들여 가족에게 주고 대출금을 대신 내주면서 증여세도 피했다.
C씨는 사업자 등록 없이 수십채의 주거용 원룸·오피스텔 등을 빌려 해외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불법 숙박공유업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과거 공인중개사 경험을 살려 다른 원룸·오피스텔 소유주의 불법 숙박공유업을 대행해주기도 했다.
세금을 내지 않아 아낀 돈으로 C씨는 고가 아파트와 상가를 사들였다.
콘텐츠 창작자, 스타트업 등에 세무·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계사 D씨는 고액의 수임료를 현금으로 받아 신고를 누락했다.
D씨는 고객들에게 '절세전략'을 제공한다며 수십억원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탈세를 부추겼는데, 이 과정에서 10여개의 통신판매업 법인을 만들어 수십억원어치의 후원 아이템을 구입한 뒤 인터넷 방송사업자 팬클럽 회장에게 현금으로 판매하는 '꼼수'를 썼다.
고위공직자 출신 변리사 등이 소속된 E 특허법인은 일감을 싹쓸이해 매출이 늘자 직원 명의로 컨설팅 업체를 만들어 자문료 명목으로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고, 외국법인 등으로부터 받은 수입금액도 신고 누락했다.
E 법인 대표 일가는 법인비용으로 명품과 고가 승용차를 구입하고 해외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연 매출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F 전문병원은 가족 명의 위장 법인을 만들어 의료 소모품을 비싸게 사는 방식, 사주 가족을 직원 명단에 올려 가짜 급여를 지급처리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빼돌렸다.
이 돈으로 40억원이 넘는 서울 강남 고가 아파트 3채를 사들였고, 다른 투기지역에서도 부동산을 쇼핑했다.
국세청은 외국 과세당국과 공조해 해외 소재 플랫폼을 이용한 탈세 혐의 집단 과세정보를 확보하고, 해외 지급결제대행자료 등도 분석해 조사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중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으로 인기를 얻어 벌어들인 소득을 탈루한 인플루언서는 16명이다.
이들의 팔로워는 평균 549만명, 최고 1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불법 숙박공유업을 한 사업자는 17명으로, 이들은 평균 34채, 최대 100채 이상의 원룸·오피스텔을 빌려 공유경제 중개 플랫폼으로 수익을 내고서 소득을 탈루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액 수임료를 현금으로 받아 탈세한 전문직 사업자는 28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매출은 68억원에 달했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은 법원, 검찰, 국세청, 특허청 등 공직 경력이 있는 '전관'이었다.
특수관계법인과의 부당·변칙 거래로 법인자금을 유출한 고액 재산가 13명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의 재산은 1인당 평균 320억원이었다.
국세청은 이들의 소득 탈루와 재산 형성과정, 편법 증여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병행하고 명의 위장, 차명계좌 이용, 이중장부 작성 등 고의 세금 포탈 혐의가 확인되면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국세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