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부자는 환상?…파이어족 열풍이 놓친 것 [부터뷰]

입력 2021-10-15 17:30
수정 2021-10-15 17:30


= 대부분 기업의 임원급 세대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요즘은 근속 10년 이내 이른 퇴사가 하나의 트렌드입니다. 바로 '경제적 독립과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를 실현한 사람들, 이른바 '파이어족' 이야기입니다. 수 억원의 자금을 모아 대기업 퇴사 후 제주도로 이주하거나, 최근 2년간 주식, 가상자산 가격 급등에 퇴사한 사연이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파이어족이 되어 재테크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필 플랜앤하우투 대표는 사회초년생일때 섣부른 조기 은퇴의 환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11년이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둔 그가 오히려 사회초년생에게 퇴사를 만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https://youtu.be/C-L8AMfz_Ng

(녹화일 : 9월 14일)



● MZ세대 65%가 꿈꾸지만…챙길 것 많은 파이어족

경직된 회사를 떠나 원하는 대로 삶을 꾸려나가려는 '이른 퇴사(은퇴)'는 현재의 2030 직장인을 읽는 주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올해 초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에서 MZ세대 2,5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5.9%가 조기은퇴를 꿈꾼다는 답변이 돌아올 만큼 큰 관심사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경필 대표는 "파이어족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 비율을 따져보면 10명 중 1명꼴로 판타지에 가깝다"면서 "대부분의 직장인 입장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은퇴하기 전까지 소득을 유지해줄 수단, 여러분의 일이 있다는 소중함"이라고 말합니다.

잦은 야근과 실적 압박, 꽉막힌 조직 문화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겐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20년 전만해도 높은 금리에 저축만 잘해도 내 집 마련, 자산을 쉽게 형성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는 "낮은 금리와 급격한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같은 돈을 모으는데 과거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며 "자산을 쌓아나가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최대한 일을 오래하며 고정 수입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의 설명처럼 만약 직장인이 40대에 조기 은퇴를 계획하다면, 충분한 퇴직연금과 국민연금, 이를 포함해 매달 현재 소득의 약 1.5배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혼 여부, 자녀 유무 등등 조건에 따라 이 금액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나면 월급쟁이 생활의 탈출구는 없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김 대표는 기왕 해야하는 일이라면 관점을 바꿔볼 것을 제안합니다. 김 대표는 "지금도 많은 직장인들이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란 말로 일과 생활을 분리하려 생각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인간이 일 없이 삶을 이어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굳이 소득이 아니더라도 사회 구성원으로 자존감을 지키는 강력한 수단으로서 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직장 생활하며 워라밸을 맞추기 어렵다면, 회사 밖에서 얻는 보상 즉 레저(Leisure)의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삶의 만족도를 더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회사가 삶의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득을 지키고, 나만의 즐거움을 찾다보면 파이어족을 꿈꿀 기초 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면서 말이죠.



● 저금리에 웬 적금?…매달 83만7천원이면 1천만원!



사회초년생이 10년~15년 후 파이어족이 되려는 목표를 세웠다면 어떤 방식의 재테크가 유용할까? 김 대표는 "인터넷은행에서 판매하는 26주 적금, 통장 적금만기마다 갈아타는 풍차돌리기는 돈을 잘게 조각내는 저축방식으로 절대 큰 돈을 모으기 어렵다"고 잘라 말합니다. 그는 "5천 원, 만 원씩 부담 없는 금액의 적금은 그만큼 부담없이 소비에 노출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만기에 100~200만원 모아서 여행 자금, 쇼핑으로 다 탕진하면 뭐가 남겠느냐"며 "매달 적금의 규모를 키우고 그 목적을 분명히 해야 장기간 투자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내 돈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김 대표는 특히 '내 집 마련, 결혼 자금' 등 모으려는 돈의 크기, 목적 등으로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꼭 세우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비록 낮은 금리이지만 최소한 매달 83만 7천원씩 1년 만기 적금 하나라도 들어보면 체감할 수 있다"며 "이듬해 1년 만기일에 통장에 1,010만원이 모이는데, 이 가운데 10만 원은 고생한 보상으로 소고기 사먹고 나머지 천만 원을 재투자하는 편이 훨씬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더 여력이 된다면 매달 124만5천 원(연 1,500만 원), 매달 167만 원(연 2,000만 원)씩 저축하면 회사생활 초기에 5천만 원~1억 원의 단단한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 빠듯한 월급 걱정이라면…'나쁜 영수증'부터 제거하세요

사회초년생 월 소득이 200~250만원 수준으로 100만원 이상 저축하기에 넉넉하지 않다면 소비를 통제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김 대표는 "소액으로 분산투자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해보니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점에 관심이 많은 편으로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그는 "소액 적금, ETF, 펀드, 조각투자 등등으로 분산해봐야 실제 수익률을 따져보면 미미해 돈이 모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국민 영수증>을 통해 많은 영수증 사연을 들여다본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작은 차이로 작게 투자하는 반면, 정작 소비를 잘 통제하지 못해 돈을 잃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김 대표는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다면 100만원, 200만원씩 품격이 있는 저축을 하고, 나쁜 소비, 나쁜 영수증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가 된다"고 강조합니다. 김 대표는 적어도 결제하기 전 3번씩 고민해보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첫번째로 고려할 점은 꼭 필요한지 여부입니다. 그는 "생필품처럼 없으면 생활이나 학업, 건강에 지장을 주는 물건은 구매 목록에 올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고민할 부분은 예산은 충분히 있는가,마지막으로 고려할 부분은 '대체재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스마트폰을 굳이 교체할 필요가 없는데도 새로운 기기로 교체하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김 대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나쁜 소비 하나만 걸러내기만 해도 주식 투자로 번 것 못지 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말 많은 직장인들이 파이어족, 주변의 벼락 부자된 사연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을 테지만 "일을 너무 미워하지만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입니다. 아파트, 주식 가격 급등에 땀 흘려 얻은 근로소득이 유난히 작아보이더라도 다달이 자본소득 즉 재테크의 씨앗이 되어주는 월급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입사 직후부터 이른 은퇴를 꿈꾼다면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10년, 20년 뒤 자금 계획을 미리 세우고, 김 대표의 조언처럼 '덕업일치' 하듯이 퇴사 이후에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해법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