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만 전기 써라"…中 전력난에 한국기업도 '발동동'

입력 2021-10-14 11:04


최근 중국을 덮친 전력 대란으로 현지의 많은 한국 기업들 역시 생산 시설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10월 중국의 국경절 연휴가 끝난 8일 이후에도 저장성, 장쑤성, 광둥성 등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한 지역에서 제한 송전이 지속되고 있다.

전기 공급이 아주 끊어지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각 시 정부의 지침에 따라 전력 사용이 많은 주간 시간대에 전력 공급을 제한하고, 야간에만 일부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 공급 제한이 사전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것도 생산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큰 차질 요인이 되고 있다.

장쑤성 장자강(張家港)시에 있는 포스코 스테인리스강 공장도 전기 공급 제한으로 운영 정상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국의 요구로 9월 말부터 가동을 중단했던 장자강 공장은 지난 1∼4일 정상 운영을 잠시 재개했지만 전기 공급 제한이 다시 시작되면서 스테인리스강을 만드는 전기로를 껐다 켜기를 반복하면서 약 80%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포스코 측은 밝혔다.

중국의 전력 공급 제한은 적어도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동부 연안의 경제 발전 지역인 저장성은 이달 8일부터 전력 부족 상황 관리 등급을 기존의 'B급'에서 'C급'으로 한 단계 격상했다.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이후 저장성 일부 지역은 관내 기업들에 일주일 중 3∼4일 가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생태환경부는 지난 13일 베이징·텐진·허베이성을 아우르는 징진지(京津冀) 일대에서 11월 15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 넉 달간 철강 산업이 시설을 교대로 돌리는 등 감산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는데 이는 당국이 겨울 난방철을 앞두고 전력 및 석탄 부족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호주와의 외교 전쟁 영향으로 인한 발전용 석탄 공급 부족과 중국 당국의 경직된 탄소배출 저감 정책 집행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9월 중순부터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 등 최소 20개 성(省)급 행정구역에서 산업용 전기를 중심으로 제한 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양(瀋陽) 등 일부 동북3성 지역에서는 산업용이 아닌 일부 가정용 전기가 예고 없이 끊어지는 블랙아웃(blackout·대정전)까지 발생하면서 민심이 크게 동요하자 중국 중앙정부는 '민생용' 전기 공급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민심 수습에 나선 상태다.

전력난은 중국의 경제 성장 동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나아가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 상태다.

리밍(李明) 중국 국가전력망공사 시장운영부 주임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1∼9월 지역사회 전기 공급량은 4억8천만억㎾h에 달해 작년 동기보다 13% 증가했다"며 "겨울철을 맞아 전력 수요가 한층 증가해 순간 최대 부하가 사상 최고 수준을 넘어설 수 있어 전력 공급 부담이 비교적 큰 상태"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