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금] 한복 입은 대통령

입력 2021-10-12 20:07
수정 2021-10-12 20:25


문재인 대통령이 한복을 입고 여민관 회의실에 들어섰다. '수문장'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입구에서 대통령을 맞았다. 좌(左)호승(정책실장), 우(右)영민(비서실장)…오색으로 차려입은 참모들과 눈이 마주치자 곧 웃음이 번졌다. 회의 참석자들은 기호에 따라 국무회의 격식에 걸맞는 한복을 각자 선택했다고 한다. 국가 최고 정책심의기구, '국무회의'가 저마다의 개성으로 넘쳐났다.

'갑분'(갑자기 분위기) 한복은 11일부터 17일까지 '가을 한복문화주간'을 맞은 '깜짝 이벤트'다. 격주로 열리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마침 이 기간과 겹치면서 성사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봄에 있었던 한복문화주간 때는 황희 (문체부) 장관만 한복을 입으셨는데, 가을 한복문화주간에는 모든 국무위원들이 입자라는 얘기가 있었고, 오늘 그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복업계를 응원하고 한복의 세계화를 염원하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한복은 세계인들로부터 아름다움과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최근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새로 실린 한국어 스물여섯 개 단어에 한복(Hanbok)이 포함된 것은, 그만큼 세계인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자부심을 높였다. K-팝과 K-드라마 열풍에 이어 'K-패션'의 원조인 한복까지 '붐업'하기 위한 희망도 읽힌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매년 명절 한복을 입고 국민들에 영상 인사를 전하긴 했다. 다만 공식석상에서 문 대통령이 한복을 입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인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김 여사가 꽤 자주 한복을 입었지만, 문 대통령까지 차려입은 것은 2019년 3·1절과 그 해 광복절 정도다. 이날 한복 입은 국무회의가 참신하면서도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한복을 명절뿐 아니라 삼일절, 광복절, 한글날, 개천절 같은 기념일 등에도 적극적으로 입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중 임기 내에는 삼일절 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