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DP 하향, 이게 끝일까···인프라법안 축소 가능성 살펴봐야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1-10-12 07:15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여기는 미국 동부시간 11일 오후 6시입니다. 오늘 미국도 공휴일인 콜럼버스 데이인데 뉴욕 증시는 쉬지 않고 열렸습니다. 3대 지수 살펴보면 모두 하락 마감했죠. 장 초반에는 기술주들도 살짝 오르다 현지시간 정오를 기점으로 흐름이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프리마켓부터 좋았던 에너지주들도 마찬가지로 상승분을 반납하며 마감했는데요. 엑손모빌의 경우 엑산 BNP파리바가 이 회사의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하향하고, 목표가도 현재 주가보다 낮은 주당 60달러로 설정했다는 점 알아두셔야겠습니다.

섹터별로 살펴보면 원자재 관련 재료업종이 상대적으로 선방했고, 기술주를 비롯해 국내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섹터들의 흐름은 좋지 않았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관심갖고 있는 지표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7% 하락한 3,221.2을 기록했습니다.

오늘 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는데, 유가 상승도 그렇고, 미국 GDP 성장률이 기존 예상보다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점도 그렇고, 불확실성이 조금씩 높아지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주말에 골드만삭스가 미국 GDP 성장률을 5.6%로 기존보다 0.1% 포인트 낮췄습니다. 2022년 전망치 하향폭은 더 큽니다. 4.4%에서 4%로 낮춰잡았죠. 높여잡은 것은 인플레이션 지표입니다. 올해 말 근원 개인소비지출 PCE 전망치를 3.8%에서 4.25%로 수정했습니다.

이 숫자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유의미하게 경제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로 볼 수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그동안 미국 경제는 정부 재정지출로 떠받쳤던 측면이 있었는데 이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서비스 지출 부문이 예상보다 쉽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서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원격 근무 등을 포함해서 사람들의 습관이 바뀌고 있으니까요. 공급망 문제 등 때문에 기업 재고도 많이 증가하기 어려워서, 그만큼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할 여력이 많지 않다는 비관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아직도 시장에서 우려하는 불확실성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시장에 공포감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GDP 하향 요인 중에 하나인 정부 재정여력 감소에 대해서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골드만삭스는 정부가 내놓은 3.5조 달러 규모 인프라 법안이 실제 3조 달러정도로 수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이 법안은 통과 시점이나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데다, 골드만삭스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규모로 법안이 통과되어 정부 여력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점 참고하셔야겠습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집계한 데이터를 빌려 인용하겠습니다. 똑같은 인프라 법안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조 달러, 모건스탠리는 1조 달러, 바클레이스는 이보다 훨씬 적은 5,500억달러 규모로 법안이 축소 통과될 수 있다고 보고요. 인프라 법안 통과 규모가 얼마나 줄어드냐에 따라 미국 GDP 전망이 더 낮게 수정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 그리고 그런 공포가 시장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