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계 불투명' 中기업 퇴출 초읽기…상폐대상 나올 수도

입력 2021-10-03 20:39


미국과 중국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감사 자료에 대한 접근권을 놓고 오랜 갈등을 빚어온 가운데 미국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은 중국 기업들의 퇴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의회에서 통과된 외국기업문책법의 시행 방안과 관련 규정들을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지난해 말 최종 서명한 이 법은 3년 연속 미국 당국의 회계감사 보고서 감리를 받지 않은 외국계 기업의 미국 증시 거래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내년이면 SEC가 2021년도 회계감사 분까지 미국 당국의 감리가 이뤄지지 않은 중국 기업들을 내년에는 퇴출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조치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 경제 '주요 2개국(G2)'의 탈동조화를 가속하고 미국 증시에 상장된 200여 중국 기업들의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시가총액은 약 2조 달러(2천370조 원) 수준이다.

이런 결과를 예상해 자산관리·펀드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ADR을 홍콩 증시 상장주로 바꾸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감사를 관리 감독하는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다.

2013년 양국은 미국의 회계 감독 당국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조사를 진행 중인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회계감사 자료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로부터 받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중국은 알리바바나 바이두 같은 거대기업들의 자료를 미국 당국에 넘기지 않았으며 2015년 더 광범위한 합의를 위한 양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로도 미국 당국이 필수로 보는 관련 정보를 중국이 제한해야 하는 정보로 간주하는 등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4월 CSRC는 미국 당국자들이 중국에서 중국 관리들이 배석한 가운데 기업을 조사할 수 있고 중국이 관련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의 감사 자료에 접근권을 주는 안을 제시했으나 PCAOB는 이를 '중대한 제약'이 있는 안으로 보고 거부했다.

WSJ는 중국 기업 상장폐지 가능성은 향후 중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에 지렛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15년 PCAOB에서 대중 협상단을 이끌었던 샤스왓 다스는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이 어떤 성공이라도 거두려면 이 법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