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집' 우려 반·기대 반 [이슈플러스]

입력 2021-10-01 18:00
수정 2021-10-01 18:00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누구나 집'은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건설사들이 참여했습니까?

<기자>

대형건설사들은 대부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인 삼성물산을 비롯해서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은 다 빠졌고 참여한 곳 중 가장 순위가 높은 건설사가 7위의 롯데건설입니다.

표를 한 번 보실까요?

10대 건설사 대부분은 이번 사업 공모에 신청하지 않았고, 20위권 안에 들어가는 회사가 호반건설과 계룡건설, 한신공영을 포함해 4곳입니다.

그리고 인천도시공사에서 인천 검단 2개 지구에 48개사가 참여했다고 발표한 바 있고, 시범사업 6개지역에 138개 업체가 지원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명단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대부분이 중복지원입니다. 제가 검단 4개 지구와 의왕, 화성 등 6개 지구에 지원한 건설사를 모두 살펴봤는데

6개 지구에 지원을 한 회사는 총 27개고, 그 중 21개사는 4개 지구 이상에 중복지원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사업의 형태가 건설사에게 유리한 점이 별로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앵커>

건설사에게 유리한 점이 없다는 건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 같습니다. 기존 분양전환형 임대주택과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기자>

'누구나 집'의 공식 명칭은 '분양가확정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입니다. 10년 뒤에 분양전환하는 가격을 현 시점에서 정해놓는 것입니다.



현재 주변시세와 비교한 뒤에 연간 1.5%씩 오른다고 가정을 해서 10년 후 분양가를 산정합니다. 연간 1.5%씩 10년이면 16%가 오른다는 겁니다.

기존 임대주택은 분양전환 시점, 즉 10년 임대면 입주 후 10년 뒤를 말합니다. 그 시점의 분양가격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집값이 오른만큼 분양가를 지불해야합니다.

그동안은 건설사가 집값이 올라서 분양가가 올라간 만큼의 수익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최근들어 분양전환을 앞둔 단지들에서 건설사와 주민간의 갈등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렇게 분양가가 올라서 건설사들이 가져가는 수익을 세입자에게 준다는 겁니다.

지금 분양가를 저렴한 수준으로 정해놓고 10년 뒤에 전환할 수 있게 하고, 만약에 집값이 하락해서 분양을 포기한 그 리스크도 건설사가 감당해야하는 구조입니다.

단순하게 10년 월세를 살면 아파트 하나를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는 겁니다.



LH가 제시한 분양가 상한을 보시면 인천검단은 전용면적 84㎡가 6억1,300만 원, 화성능동은 7억2,800만 원, 의왕초평은 9억5,600만 원입니다.

사업시행자들이 저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야합니다.



주변시세가 검단은 현재 호가 9억 원 정도, 화성능동은 7억5천만 원, 의왕초평은 실거래가가 9억5천만 원을 넘었고, 호가는 12억 원까지 나와있습니다.

상한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건설사간 경쟁으로 더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주민들이 지금 시점에서 보기에는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초기 분양가의 16%를 보증금으로 내고, 주변시세의 80%~90% 수준으로 월세를 내면 됩니다.

<앵커>

이렇게 세입자에게 유리하고, 건설사에게는 불리해 보이는데, 그럼에도 중소형사는 많이 참여를 했습니다. 해볼만하다는 사업이기 때문에 참여한게 아닐까요?

<기자>

물론 돈이 되니까 건설사가 들어온 겁니다. 사업수익률이 10% 정도로 설정돼 있습니다.

예전 분양사업 형태처럼 큰 이익은 아니지만 결국 공급자가 손해를 보지는 않겠다고 보는 거죠.

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정부에서 건설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중소형사들이 여기에 참여한 것은 새로운 먹거리가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7~8년 전에 비하면 당장 큰 사업을 할 곳이 별로 없습니다. 2기 신도시 공급할때는 주택사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큰 규모의 택지개발이 없습니다.



3기 신도시 사업이 본격적으로 착공해야 대형사와 함께 중견사들도 공급을 할텐데 지금은 없죠. 3기 신도시 착공은 4~5년은 족히 남았습니다.

또 대형사처럼 사업구조가 다양하지 않습니다. 수익구조가 대부분 국내 주택사업에서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업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입니다.

또 중소형사들은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지역에 자신들의 브랜드 아파트 하나 짓기가 어려운데, 이 사업수주에 성공하면 수도권에 회사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계기도 됩니다.

대형건설사는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 입지 재건축 재개발사업 하나 하는게 훨씬 돈이 되기 때문에 들어오지 않았을 겁니다.

<앵커>

이렇게 보면 건설사에게는 불리하고, 무주택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무주택자들이 살펴봐야할 점은 없습니까?

<기자>

가격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10년간 월세를 내야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저렴한 분양가로 입주권을 받는 것이죠.

세입자들의 리스크라고 하면 10년 의무기간을 채워야하는데 살다보면 이걸 못 지킬수도 있다는 점과 주택가격이 떨어졌을 때 분양전환을 포기한다면 월세만 나간 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양가가 낮기 때문에 이 리스크는 크지 않아보이고요

다만 입지가 관건입니다.

시범사업을 하는 곳이 인천검단·화성능동·의왕초평인데요, 의왕초평은 의왕역에서 멀지 않지만 다른 지구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특히 인천검단은 GTX D노선이 무산되면서 서울 접근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금도 2기 신도시 중에서 교통망이 가장 열악한 곳입니다.

그런에 이번 시범사업에 대부분 물량이 인천검단입니다. 6천가구 중에 70%인 4,200가구가 검단입니다.

실수요자들은 입지를 보고, 3기 신도시 청약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10년 후의 상황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세입자보다는 건설사의 위험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은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