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당첨 날릴 판"...대출 한파 현실화

입력 2021-09-27 17:23
수정 2021-09-27 17:23
<앵커>

금융권의 대출문턱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폭증하는 가계대출로 인한 금융 위험성을 낮춘다는 건데, 규제로 인한 타격은 서민 실수요층에게 되돌아올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전효성 기자입니다.

<기자>

NH농협은행에서 시작된 대출 제한 조치가 KB국민은행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KB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보다 4.31% 올라 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치 5~6%에 근접했습니다.

이에 부동산 관련 대출을 일제히 축소하기로 가닥을 잡았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청약 시장입니다.

보통 입주 직전 잔금 대출은 주변 시세에 따라 한도가 책정되는데, 이번 대출 제한 조치에서는 분양가를 기준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주변 시세가 10억원인 아파트를 5억원에 분양받았을 경우 지금까지는 10억원의 40%인 4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억원의 40%인 2억원만 대출이 되는 겁니다.

하루 아침에 수 억원의 현금이 더 필요하게 된 상황이라 입주를 앞둔 이들의 불안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ㅇㅇ / 30대 직장인: 당연히 대출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청약에 넣은 거죠.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딱 한 채 청약으로 가지고 있는건데 갑자기 이거(대출)를 막으면 정말 앞이 막막한거죠…]

전세 대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KB국민은행은 전세대출 한도를 '보증금이 오른 만큼'만 해주기로 결정했는데,

전체적인 전세 물량이 줄어든 시장에서 결국 대출한도 축소는 월세와 반전세 비율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만약 이같은 대출 축소 방침이 장기화될 경우 전세 소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결국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수단인 청약, 저렴한 거주 수단인 전세가 가계 대출 조절이라는 명분 하에 사라지게 되는 셈입니다.

[서진형 / 대한부동산학회장: 실수요자나 무주택자는 부동산 구입 자금이나 전세 자금을 마련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재무상태나 신용상태를 평가해서 실질적인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게는 대출 규제를 완하하는 방향으로…]

집값 폭등에서 시작된 가계 대출 문제가 재차 서민을 향한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