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가 사실상 '4대 거래소'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 기한인 24일, 업비트(법인명 두나무), 빗썸(빗썸코리아)·코인원(코인원)·코빗(코빗) 등 4대 거래소만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을 얻어 신고서 제출을 마쳤다.
이에 따라 25일부터는 4대 거래소만 지금처럼 원화마켓(원화로 코인을 매매하는 거래)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이 중 업비트는 이미 신고가 수리된 상태다.
4대 거래소를 제외하고 이날 오후 6시 30분 현재 20개가 신고서를 냈다. 5개는 FIU와 신고 상담을 하고 있으며 이날 자정 전까지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FIU는 "4대 거래소를 포함해 ISMS 인증을 획득한 29개 거래소 모두 신고 접수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FIU에 따르면 이들 29개사의 시장점유율은 하루 전체 거래체결금액의 99.9% 수준이다.
이 가운데 25곳은 ISMS 인증을 받았지만 실명계좌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 만큼 25일부터는 원화마켓을 종료하고, 코인마켓(코인으로 코인을 매매하는 거래)만 제공해야 한다.
연초 파악된 거래소가 66곳인 점을 감안하면 4대 거래소와 25개 거래소(코인마켓 운영)를 제외한 37곳은 폐업 대상인 셈이다.
지갑서비스업자와 보관관리업자 등 기타 가상자산사업자는 14개가 ISMS 인증을 확보했고, 그 가운데 이날 오후 6시 30분 현재 9개가 신고를 마쳤다. 4개는 FIU와 상담 중이다.
가상화폐거래소와 기타사업자를 합쳐 신고 접수를 마친 가상자산사업자는 총 33개다.
25일 이후 미신고 영업으로 특금법을 위반하면 5천만원 이하 벌금 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FIU와 금융감독원은 3개월 이내에 심사하여 수리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영업을 중단하거나 코인마켓으로 전환하는 사업자는 종료 후 30일 이상 예치금 반환 전담창구를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이날 코인마켓으로 전환하거나 영업을 종료하는 거래소라면 최소 다음달 24일까지 출금을 지원해야 하는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이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실명계좌가 없어 코인마켓으로 전환해야 하는 거래소 25개 가운데 18개의 원화 예치금만 지난 8월 말 현재 1천990억원에 이른다. 다만 이 원화 예치금의 상당 규모가 이달 들어 인출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당국은 코인마켓 신고 거래소와 ISMS 미인증 거래소가 당국의 권고대로 예치금 인출을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있다.
FIU 관계자는 "코인마켓으로 전환한 사업자는 원화 예치금도 보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FIU는 영업전환 또는 영업종료 이행 상황을 계속 점검한다.
4대 거래소만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중위권 거래소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일부는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영업 타격 정도를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거래가 완전히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며 "코인마켓으로 사업을 유지해야 하니까 각 회사마다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생존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국은 서비스를 종료하는 거래소가 예치금·가상자산 인출 요청을 거부·지연하거나, 거래소에서 갑작스러운 거래 중단이 발생하면 FIU(☎ 02-2100-1735), 금융감독원(☎ 02-3145-7504), 경찰(☎112 또는 관할경찰관서) 등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사업자가 신고를 마쳤다 하더라도 요건을 미충족한 경우 불수리 처분을 받을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신고 수리 현황을 지속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