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세대들 사이에서 핫하다는 미니보험 선물하기. MZ세대 근처라도 가보자는 마음에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아버지를 위한 보험 선물을 시도해봤다. 가입에 걸린 시간은 약 5분 내외. 생각했던 것보다 보장 금액은 적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1년간 유효한 선물을 해드린다는 생각에 커피 쿠폰보다는 선물하는 뿌듯함이 더 컸다.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 주제 선정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최근 저렴한 보험료로 MZ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미니보험. 특히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한 미니보험 선물이 주목받는다고 해서 직접 체험형태의 기사를 다뤄보려 했는데, 갑작스레 빅테크 규제 이슈가 겹쳐 카카오톡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가 중단 위기에 놓였습니다. 기사를 쓰기도 전에 위기에 봉착했지만, 다행히 카카오 외에 미니보험을 선물할 수 있는 형태의 채널은 남아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종류가 다양했고 가입 역시 매우 간단했던 미니보험, 실제 체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 부모님 주민번호 몰라도 보험선물 가능
미니보험은 보통 보험료 1만 원 이내, 보장기간 1년 이내의 보험으로 소액단기보험으로 불립니다. 카카오톡의 보험 선물하기가 중단되면서, 각 보험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홈페이지들을 찾아봤습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미니보험을 판매 중에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보험사에서 판매 중인 부모님 안심보험을 발견하게 됐고, 주요 보장내역들을 살펴봤습니다.
온라인에서 가입하는 미니보험의 첫 번째 특징, 바로 가입이 간편하다는 점입니다. 실제 부모님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내 정보 하나만으로 간편하게 선물이 가능했습니다. 부모님 보험 선물이라는 특성상, 피보험자가 내 직계가족으로 자동 설정이 되는 편리함이 있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약관을 확인하고, 주요 질문에 체크를 한 뒤 결제만 하면 보험 선물하기가 완료됩니다. 결제방식 역시 간편결제부터 카드까지 다양하게 가능합니다. 가입완료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내외였습니다. 저는 1만 원으로 1년간 화상, 골절 수술비 등을 보장하는 부모님 보험을 선물했습니다.
미니보험의 또 다른 장점, 바로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다만 저렴한 보험료 만큼 보장금액이 크진 않습니다. 수술이나 상해 등으로 인한 보장은 모두 20만~30만 원 수준. 제가 지난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다뤘던 '보이스피싱 피해 보장' 담보도 포함돼 있었는데 보장 한도는 100만 원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제외하고는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연 1만 원이라는 저렴한 보험료 때문에 전혀 부담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중복으로 수술비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선물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미니보험은 말 그대로 '미니'입니다. 가입기간인 1년이 지나면 효력은 사라집니다. 보장내역도 한정돼 있고 보장금액 역시 크지 않아 '주 보험'이 될 순 없지만 정말 만약을 대비한, '있어도 되고 없어도 그만'인 보조용 보험으로 선물하기엔 충분했습니다. 또한 1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상대방을 1년간 케어해준다는 뿌듯함이 보험을 선물하는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추후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자녀인 제가 직접 가족관계증명서와 함께 필요서류를 촬영해 앱으로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 990원으로 4,000만 원까지 보장되는 보험도 있다
미니보험을 취재하던 중 과연 얼마까지 저렴한 보험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미니보험을 샅샅이 뒤져봤습니다. 그 중 발견한 990원짜리 운전자보험. 월 990원에 교통상해사망과 후유장해, 자동차사고 변호사선임비용까지 보장해주는 미니보험도 있었습니다. 30대 여성 기준으로 조회해보니 해당 담보는 각각 4,100만 원, 500만 원까지 보장이 가능했습니다. 이 외에도 월 3,000원 이내 보험료의 저렴한 운전자보험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물론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가입하는 다이렉트(인터넷) 전용 상품인 만큼 온라인에서만 가입 가능합니다.
월 5,000원에 운전자보험과 여행, 골프, 레저활동 중 발생하는 사고까지 보장해주는 미니보험도 있습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대로 보험료가 1만 원이 넘는 상품과는 보장금액에서 차이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험금 청구가 많지 않은, 사고발생률이 적은 가입자 입장에서는 고려해볼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종류 역시 다양합니다. 미니보험의 시초로 알려진 여행자보험은 여행기간에 맞춰 보험에 가입해두면 여행 중 발생한 사고나 휴대폰 분실 등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료 역시 원하는 기간만큼만 설정한 뒤 납입하면 되기 때문에 대부분 저렴한 수준입니다. 최근에는 여행자보험에서 발전해 레저보험(골프보험, 등산보험 등)과 펫보험까지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설립 문턱을 낮추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이르면 내년에는 미니보험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보험사들도 설립될 전망입니다.
◆ 돈 안 돼도 보험사들이 파는 이유
다들 느끼셨겠지만, 미니보험을 취재하면서 가장 의문이었던 점은 "과연 돈이 될까?"였습니다. 보통 금융사들은 손해보는 장사는 안 한다고 하는데 과연 월 990원짜리 보험이, 연 1만 원짜리 보험이 보험사 입장에서 돈이 될까요? 보험사에 직접 물어보니 돌아오는 답변은 "당연히 (돈이) 안 된다"였습니다. 연 1만 원짜리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1년 안에 20만 원의 보험금을 받는다고 해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앞다퉈 미니보험을 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많은 답변으로 돌아온 것은 '잠재고객 확보'였습니다. 보험이라는 상품은 장기인데다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 아니라 부정적인 시각이 많죠. 실제로 금융권 민원의 절반 이상은 보험업권에서 발생합니다.
이런 부정적 시각때문에 과거 보험에 가입했던 분들을 제외한 보험 신계약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이제 막 성인이 된 MZ세대들을 고객으로 끌어와야 하는데, 이를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 저렴하고 간편한 미니보험을 선택한 겁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아주 저렴한 미니보험을 'DB용'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렴한 미니보험으로 고객의 DB(데이터베이스)를 확보, 충성고객으로 발전시키는 데 활용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당장 소비자 입장만 놓고 봤을 때는 상품 선택권이 확대되는 만큼, 미니보험시장의 활성화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고 보여집니다. 충성고객으로 발전할 지 아닐 지는 고객의 선택인 만큼, 보험사의 노력도 당연히 수반돼야 겠죠.
★ 슬기로운 TIP
온라인상에서 간편하게 가입하는 보험이라고 해도 보험은 보험입니다.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고 상품설명서 등을 챙겨두는 것은 필수입니다. 온라인에서 가입하는 보험인 만큼 약관과 상품설명서는 PDF 파일 형태로 제공되거나, 이메일로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귀찮다고 그냥 내버려두지 마시고, PC나 스마트폰에 꼭 저장한 뒤 추후 분쟁이 없도록 미리 꼼꼼히 확인해두시길 권장합니다.
또 한 가지, 미니보험 형태로 판매되는 보험은 저축성보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환급금이 없는 보장성보험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선물한 부모님 보장 보험의 경우 1년 내 아무런 보장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환급이 되지 않으니 이 점을 숙지하셔야 하고요. 특히 운전자보험이나 레저보험 등 지정한 기간 안에 보장 받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해당 기간 이전에 미리 가입을 해두셔야 당일날 효력이 발생합니다. 당장 오늘 운전을 해야 하는데 오늘 가입을 고려하신다면 보장이 힘들 수 있습니다. 보장을 받아야 하는 날의 늦어도 '이틀 전'에는 미리 알아보셔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