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동남아 공장들을 덮치면서 전 세계 반도체 부족 사태가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델타 변이 확산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반도체 칩 조립 라인이 멈춰 많은 자동차 및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실정이다.
WP는 이로 인해 1년 가까이 자동차 업체들을 마비시켰던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더 나빠질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델타 변이 확진이 급증하면서 반도체를 조립·재가공하는 이들 국가의 공장에서 생산 지연이 발생해 전 세계 반도체 칩 공급에 병목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백악관과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전 세계 반도체 칩 부족 현상과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따른 생산 차질 논의를 위해 삼성전자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화상 회의를 소집했다.
차량용 반도체 칩의 경우 자동차 제조사들은 더 많은 공급을 원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신들의 반도체가 차량용으로 전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 데다 차량용 반도체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등 난관이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수십 개의 반도체 칩이 필요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반도체 칩 공급 부족으로 전 세계 생산 라인을 중단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자동차 산업은 2022년 말까지 4천500억달러(약 528조원)의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도요타는 이달 들어 반도체 칩 부족으로 일본 내 14개 공장의 생산량을 감축했고 동남아산 부품 부족으로 일부 감축이 10월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도 최근 몇 개월간 북미 12개 이상의 공장에서 한 번에 몇 주씩 생산을 중단해왔다.
미국 정부는 기업들에 실제로 시장에서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제조사들이 실제 필요보다 과도하게 반도체를 주문하는 등 사재기로 신규 반도체 생산 라인에 대한 투자 등을 결정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편, 일부 반도체 제조사들은 자동차기업들을 돕기 위한 조처에 나서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많이 사용하는 '마이크로 컨트롤러'라는 칩을 만드는 대만 TSMC는 올해 생산량을 작년보다 60%나 늘렸다. 글로벌파운드리스도 모든 종류의 칩 생산을 늘리기 위해 뉴욕주 인근 공장에 제조 장비를 증설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칩 공장은 2020년 초부터 생산 능력을 8% 늘렸으며, 2022년 말까지 16% 증대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