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증권사들의 전산사고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제재 건수는 지난 5년 반 동안 사고 발생 대비 5%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저희 한국경제TV가 최근 단독보도했는데요,
추가 취재결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증권사별로 전산장애 피해 규모 등을 공개하는 제도를 마련해 피해방지에 나서겠다고 공문을 통해 방침을 밝혔지만, 넉달째 어떤 진전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사이 증권 전산사고는 또 발생해 투자자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감독당국은 피해 사례가 더 쌓여야만 제도마련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문형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끊이지 않는 증권사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HTS(홈트레이딩시스템) 오류.
올해 상반기 증권사 전산장애 민원건수는 1,10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9건)과 비교해 140%나 증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증권사 36곳에 전산장애 개선 방안 수립 등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금감원은 또 해당 공문을 통해 전산장애 개선 정도와 피해 규모 등을 공시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 (증권사마다) 얼마나 피해가 있었다. 근데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있고 개선이 됐다. 그런 것들을 다 공개하게 해서 소비자들이 앱을 깔 건데 어디 증권사를 선택할지 고려할 때 그 부분을 보고 고려할 수 있도록 공시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그런데 한국경제TV 취재결과, 공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지 넉달이 돼가지만 금감원은 아직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전산장애 피해가 더 발생해야만 관련 공시 제도 논의를 진전시키겠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관계자 : 이게 어느 정도 피해가 계속 지속이 된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피해 규모라든지 사례를 파악해서 공시를 한다든지 검토해볼 수는 있는데 여전히 조금 답보 상태입니다.]
금감원은 현재 전산사고 공시 제도 마련을 위한 피해 규모 기준은 물론 논의일정과 시행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해당 공문을 전달한 것은 지난 6월 초.
이렇게 제도 마련 진척이 없는 사이, 지난 7월 대신증권 그리고 8월 카카오뱅크 상장 당일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전산장애는 또 발생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장 :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금융 소비자, 주식 투자자 보호 임무를 방치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지금 식으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금융당국이 말로만 경고를 한다면 실효성이 없을 것 같습니다.]
증권사 전산장애 피해 사례가 더 발생한 뒤 공시 제도를 갖추겠다는 금감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문 방침대로 공시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한국경제TV 문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