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한국서 경쟁 막았다"…OS 강요로 역대급 과징금

입력 2021-09-14 12:14
수정 2021-09-14 13:18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탑재를 강요한 혐의로 구글에 2천억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6년 7월 구글코리아에 대해 현장조사를 한 지 5년여 만에 내린 결론이다.

공정위는 구글LLC,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천74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14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로 모바일 시장에서 점유율 72%로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인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포크 OS'를 탑재한 기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았다.

제조사에 필수적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 최신 버전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파편화 금지 계약'(AFA·Anti-Fragmentation Agreement)도 반드시 체결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AFA는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경쟁사인 포크 OS를 쓰지 못 하게 하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도록 했다.

또 포크 기기에서 구동되는 앱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앱 개발 도구(SDK)를 파트너사나 제3자에게 배포할 수 없다. 오직 제조사만이 SDK를 활용해 포크 기기에서 구동되는 앱을 개발할 수 있게 했다.

플레이스토어와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라이센스를 볼모 삼아 포크 OS 개발이나 포크 OS를 탑재한 기기 제조를 원천 차단하고, 만약 포크 OS를 심은 기기를 만들더라도 해당 기기에서 쓸 수 있는 앱이 자유롭게 개발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구글은 AFA상 의무를 따르지 않더라도 예외적 승인을 통해 '면제기기' 출시를 허용했지만, 까다로운 추가제약 조건을 준수해야 해 사실상 앱 활용이 어려운 '깡통기기'가 될 수밖에 없도록 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구글은 AFA를 모든 스마트기기에 적용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시계, 스마트TV 등에서도 포크 OS를 탑재한 포크 기기를 출시하기 어렵게 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제조사가 포크 OS를 탑재한 스마트TV를 1대라도 출시하게 되면 AFA 위반으로 플레이스토어 및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을 박탈하는 식이다.

구글은 제조사들의 기기 출시 전 호환성 테스트(CTS) 결과를 구글에 보고하고 승인받게 하는 방식으로 AFA 위반 여부를 철저히 검증했다.

일종의 '사설 규제 당국' 권한을 행사한 구글 때문에 아마존, 알리바바 등 경쟁 OS 사업자는 포크 OS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써줄 제조사를 찾기 어려워 시장에 진입이 불가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시계용 포크 OS를 개발해 2013년 스마트시계 '갤럭시 기어1'을 출시했는데, 구글이 제3자 앱을 탑재한 행위를 AFA 위반이라고 문제 삼았고 삼성전자는 개발한 포크 OS를 포기하고 타이젠 OS를 채택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기어3 모델까지 타이젠 OS를 썼지만, 앱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 않은 탓에 결국 올해 8월 구글의 스마트시계용 OS를 탑재해 '갤럭시 워치4'를 출시해야 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의 점유율을 무기로 전 세계 주요 기기 제조사와의 AFA 체결 비율을 2019년 87.1%까지 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 등 안드로이드 계열이 아닌 OS는 줄줄이 이용자 확보에 실패해 시장에서 퇴출당했고, 포크 OS의 시장 진입은 사실상 봉쇄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구글은 모바일 분야 점유율을 97.7%까지 끌어올리며 독점 사업자의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됐다.

공정위는 구글이 스마트 기기 분야에서 제품 출시 전 개발 단계부터 경쟁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고 경쟁 플랫폼 출현도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구글에 과징금과 함께 플레이스토어 라이센스와 안드로이드 OS 사전접근권을 연계해 AFA 체결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기기 제조사에 통지해 기존 AFA를 시정명령 취지에 맞게 수정하고 그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다만 조치의 실효성, 국제관례 등을 고려해 국내 제조사는 국내 및 해외시장에 대해, 해외 제조사는 국내 출시기기에 대해 시정명령이 적용되도록 범위를 정했다.

과징금 2천74억원은 법 위반 행위가 있던 2011년 1월부터 자료가 확보된 올해 4월까지의 앱 마켓 매출액을 기준으로 잠정 산출됐다.

앞서 지난 2018년 유럽연합(EU) 경쟁당국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해 43억유로(5조6천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구글은 모바일 OS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기타 스마트기기 OS 분야에서 혁신을 저해했다"며 "이번 조치로 모바일 OS 및 앱 마켓 시장에서 향후 경쟁압력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