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달 출범을 앞둔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앞서 보셨다시피 2천만 토스앱 고객을 품고 파격적인 금리 혜택으로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만, 후발주자인 제3인뱅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치경제부 전민정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 기자, 토스뱅크 입출금 통장과 체크카드 사전 예약 신청자가 나흘만에 61만명을 넘었다는데, 흥행몰이의 조짐이라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일단 소비자들의 관심을 확실히 끈 건 맞습니다.
공모주 청약에 필요한 돈을 넣어두는 용도로 많이 쓰이죠. 수시입출금 통장의 경우 0%대 금리가 일반적인데, 복잡한 우대조건 없이 연 2%대 금리는 전 은행권을 통틀어 최고 수준의 금리 혜택입니다.
토스의 체크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월 4만6,500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데. 신용카드도 이만한 혜택을 제공하긴 쉽지 않습니다.
신생 은행인 만큼 아직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총량 규제에 비켜나있다는 점도 유리합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기조에 맞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 축소 또는 제한에 나선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카카오뱅크도 출범 당시 시중은행보다 싼 신용대출 금리로 고객들을 끌어모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토스도 비슷한 전략인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토스뱅크도 카카오뱅크처럼 시장 진입을 위한 '오픈 이벤트'를 세게 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토스뱅크의 이런 혜택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출혈식 마케팅'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무제한 연 2% 이자율은 예대마진을 포기하겠단 뜻이라는 거죠.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모객을 하고 보겠다는 것이어서 장기적으로 혜택을 주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또 인터넷은행의 주 사업 모델이죠. 중금리 대출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목표치에 비해 10%p 이상 높게 가져갔는데, 시장 파이 자체가 작아 예대마진 확보에 불리한 구조인데요.
IPO까지 한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 후 연간 기준 첫 흑자를 달성했고, 케이뱅크도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다가 출범 4주년인 올 2분기에 '분기 흑자'를 이뤄냈습니다.
토스뱅크 역시 자본금 확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악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해 토스뱅크 측은 비용을 줄이고 사업구조를 대폭 개편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이미 많은 고객을 확보한 토스 앱에서 비대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신용대출 여력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대출 시장에선 좀 더 유리한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기자>
네 물론, 토스뱅크도 카카오뱅크가 했던 것처럼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비대면 고신용 위주 대출 전략을 그대로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카뱅 출범 초기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라고 봐야 겠습니다. 바로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때문인데요.
시중은행, 카뱅 등의 신용대출이 막히면서 토스로 초반에 몰려올 가능성은 있지만 풍선효과로 금융당국이 고신용 대출을 줄이라고 압박할 테고, 결국 다른 인터넷은행처럼 대출 여력이 줄고 대출 금리도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초기에 가계 우량 신용대출을 늘려서 수익성을 확보한 후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으로 확장하는 것이 기존 인뱅들의 전략인데요. 토스에겐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는데요. 같이 들어 보시죠.
[구경회 / SK증권 연구위원 : 타이밍은 카카오뱅크보다 덜 좋은 것 같아요.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를 따라가기는 힘들어요. 그때는 카카오뱅크 사업 초기에는 신용대출이 많이 늘어나던 시기였고, 더 이상 그렇게 빨리 늘어날 것 같지는 않아서…]
여기에 신용대출 이외에 주담대, 전세대출의 경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새로운 상품과 마케팅 전략으로 공격적 영업에 나서고 있어 후발주자로서 기존 경쟁자들을 제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대출 규제 이외에도 최근 금융당국의 핀테크 규제의 영향권에 있지는 않나요.
<기자>
토스뱅크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받았기 때문에 당장 예금이나 대출서비스가 제한을 받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규제의 칼날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입니다.
앞서 리포트에서도 보셨다시피 토스는 하나의 앱 안에 토스의 보험, 증권, 펀드, 뱅크 등 여러가지 금융서비스를 구현한다는 '원앱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가 금융플랫폼의 보험, 증권, 펀드 등 금융상품 정보 제공이나 비교·추천 서비스가 광고가 아닌 '판매 중개'라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토스 역시 금융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는데요.
이렇게 되면 2천만 가입자, 월 1,100만명의 이용자 등 잠재 고객을 기반으로 뱅크 서비스에 나서겠다는 토스뱅크의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되는 거죠.
실제 빅테크에 대한 금융규제 강화 기조가 인터넷은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토스뱅크의 초기 경영부담을 고려해 시중은행에 적용되는 자본건전화 규제인 '바젤III'는 3년 유예해주기로 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와 은행의 자본과 자산건전성, 수익성을 평가하는 경영실태평가까지 제외해주는 것에는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이처럼 금융당국이 핀테크 규제에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하반기 IPO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페이의 상장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이와 함께 플랫폼 기업을 향한 규제이슈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상장하게 될 토스의 밸류에이션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는 분석입니다.
이 내용은 정희형 기자가 전합니다.
<정희형 리포트>
<앵커>
그런데 기존 금융권도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러한 빅테크 규제가 결국 전체 금융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지는 않을까요.
토스뱅크의 통장 흥행 사례처럼 핀테크의 혁신 서비스에 소비자들도 열광하고 있는데,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여지는데요.
<기자>
기존 금융회사가 빅테크 간 '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하는 건 그동안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까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핀테크, 금융플랫폼 서비스에 금융당국이 대응할 여유도 주지 않고 돌연 제동을 걸었다는 거죠.
업계에서는 2주 동안 준비해서 중개업으로 등록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고, 현행법상 핀테크업체의 증개업 등록을 허용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대출 비교 이외에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서비스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합니다.
빅테크라는 공룡을 손보려다 자칫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혁신 생태계마저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편리한 혁신 서비스에 대해 강경 일변도의 규제가 이어질 경우 소비자들의 불편은 커지고, 빅테크, 핀테크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상품을 판매하는 기존 금융사에도 타격이 예상됩니다.
최근 카드사 같은 경우 빅테크 업체들과 제휴해서 상업자표시 신용카드, PLCC상품을 빅테크 플랫폼 내에서 판매하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제한을 받게될 가능성이 있는거죠.
이와 관련해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서지용 /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 소비자 입장에서 앱을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의 가격이나 재원을 비교해보고 선택하는게 플랫폼 환경에서 더 익숙할수 있는데 금융당국이 규제하게 되면 소비자가 제일 불편하게 됩니다. 금융사와 빅테크사가 제휴해서 나오는 하이브리드 상품들이 많은 타격을 받을 수 있어요.]
<앵커>
정부의 대출 규제부터 플랫폼 규제까지 토스뱅크가 금융권의 제3의 메기가 되기 위한 길은 멀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정치경제부 전민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