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MZ)야, 공부하자"…증권가 교육 플랫폼 '박차'[기자가 해봤습니다]

입력 2021-09-08 17:28
'민지'가 누군지 아시나요? 제 이름도 '민지'지만 제 소개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민지'가 불리고 있는 이유는 정치권에서 MZ세대를 부르기 위해 발음이 비슷한 이름을 가져오면서입니다. 지난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겠다며 '민지야 부탁해' 캠페인을 열기도 했죠. 홍준표 의원은 SNS상 '민지'의 남자 버전인 '민준이'에게 "올 때 민지랑 꼭 같이 오라"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청년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MZ세대를 공략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지 열풍'은 비단 정치권에서만 보이는 양상은 아닙니다. 증권가도 '민지 모셔가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의 시작과 함께 우리 증시의 또 다른 주축이 된 MZ세대를 미래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인데요. 보기 좋게 개선한 직관적인 MTS와 '주식 선물 받기' 이벤트 등으로 MZ세대를 공략하던 증권가는 이제 '주린이들의 선생님'까지 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운영하는 '주식 투자 학교'에 전국의 '민지'를 대표해 제가 다녀왔습니다.

NH, 투자 유형 'MBTI'부터 '투자 능력고사'까지



NH투자증권은 디지털 투자 문화 플랫폼 '투자가(街) 문화로(路)'를 오픈했습니다. 지난 3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진행된 '슈퍼스톡마켓'과 지난해의 '문화다방' 등을 전국 '민지'들이 비대면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한 겁니다.

먼저 '슈퍼스톡마켓'에서는 가상 쇼핑 지원금 1억원으로 국내외 주요 주식에 모의투자를 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익률이 좋은 모의 투자자에게는 투자 지원금, 백화점 상품권 등 상품도 있다고 합니다. 체험 진열종목은 MZ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상위 종목, 시가총액 상위 종목, 한국예탁결제원 결제잔고 상위 종목, 브랜드 인지도 등을 고려해서 선정되었다고 하네요.



모의투자지만 1억원이라는 큰돈으로 투자해본다고 생각하니 부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자판기에 그려진 기업 하나를 고르면 주식 구매 전 짧은 퀴즈가 등장합니다. 이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어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 등 간단한 질문을 풀도록 되어 있습니다. '카카오'를 선택한 오 기자에게는 '카카오는 초콜릿을 판매하는 기업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정답은 여러분이 직접 풀어보시는 것으로. 이후 주식의 가격을 고려해 주식 수를 결정하고 구매하면 모의 주식 투자가 완료됩니다.

슈퍼스톡마켓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민지'들의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고 생각했던 것은 자신의 투자 유형 MBTI를 알아보는 코너였습니다. 나를 알기 위해, 타인을 알기 위해 MBTI를 공부하고 공유하는 MZ세대가 관심을 보일만 한 콘텐츠였습니다. 한국경제신문 증권 전문기자들이 개발한 투자성향 MBTI를 차용해 만들어진 테스트인데요. 검사 결과 오 기자의 투자 MBTI는 '자라나는 새싹형'이었습니다. 우량주 위주로 시장의 큰 흐름을 따라 투자하기를 선호하는 유형이라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투자 능력 측정고사'는 투자와 관련해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테스트해보는 코너입니다. 퇴직연금부터 금융상품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물어보는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 기자의 점수는 '76점'. 좀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비대면 상황에서도 재미있게 투자 관련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구성한 NH투자증권. 각 코너들마다 SNS에 공유할 수 있게 만든 점도 '민지'들에게 흥미로운 요소였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투자계의 '메가스터디' 차리나…"수료증 받으세요"



삼성증권은 지난 16일 모바일 동영상 투자교육 사이트인 '투자스쿨'을 공개했습니다. 동영상으로 투자 관련 영상들을 시청하고 수료 테스트를 받으면 단계별로 레벨업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19일부터 파일럿으로 투자스쿨을 운영했는데요. 3주 동안 4천여명의 수강 신청자가 몰렸다고 합니다.

오 기자도 삼성증권 투자스쿨에도 출석해봤습니다. 투자스쿨의 가장 큰 강점은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기초 테스트를 받고 교육을 시작하면 과정별로 수료를 받는 코스였습니다. 마치 입시 교육 전문 기업인 '메가스터디'가 떠오를 만큼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 기자의 기초 테스트 점수는 '80점'이네요. 다행히도(?!) 투자스쿨의 정규과정에 입학할 수 있게 됐습니다.



투자스쿨의 정규과정을 시작하면 과정별로 수준에 맞는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주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주식투자 기초' 강의를 들어봤는데요. '삼성증권' 소속 테니스 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이형택 선수와 전미라 선수가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주식 투자 관련 퀴즈를 풀다 보면 어느새 기초반 강의가 끝납니다. 계좌를 개설하는 것부터 기본적인 주식 투자 관련 용어를 쉽게 설명해 줘서 '주린이'들도 어려움 없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각 단계별로 레벨테스트를 마치면 '레벨 업 단계'로 펀드나 채권, 연금 같은 교육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투자스쿨' 이전에도 동영상 콘텐츠로 주린이들에게 다가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삼성증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Samsung POP'의 구독자는 108만명으로 골드버튼 채널인데요. 유튜브 채널 등 콘텐츠 역량에 투자해온 삼성증권이 주식 투자 교육을 위한 인터넷 강의 커리큘럼을 마련한 셈입니다.

탄탄한 교육 구성이 큰 장점이지만 놀이처럼 재미있는 요소는 다소 부족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동영상을 보다 보면 재미보다는 학창 시절 인터넷 강의를 보던 기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신한, 어려운 투자 리포트 가독성 높인 '투자연구소'

신한금융투자는 어려운 투자 리포트를 쉽게 설명해 주는 '투자연구소'를 오픈했습니다. 증권사 리포트에 담긴 용어나 표현이 어려울 수 있는 '주린이'를 위한 서비스인데요. 리포트 속 어려운 용어는 각주를 통해 의미를 설명해 주고 쉽게 풀어써주는 겁니다. 주린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보니 신한금융투자 MTS와 네이버 포스트를 통해서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오 기자가 읽어볼 리포트는 김수현 애널리스트의 <카카오뱅크, '은행'을 다시 정의하다>입니다. 공모 청약 당시 무려 186만명이 넘는 투자자가 참여했던 '카카오뱅크'인데요. 딱딱한 문어체와 어려운 용어가 즐비한 증권사 리포트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김수현 애널리스트가 지난 8월 23일에 공개한 증권사 리포트 원본을 확인해 봤습니다. 김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며 그 가치를 부각했습니다. 증권사 리포트 특유의 딱딱하고 정형화된 리포트 포맷으로 정리되어 있는데요. '카카오뱅크'가 금융사로서의 포지션뿐만 아니라 플랫폼으로서도 포지션을 가진다는 설명입니다. 잘 정리된 리포트이지만 '주린이'들이 쉽고 편하게 읽기에는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나오는 'MyData'라는 용어도 주린이에게는 생소할 수 있겠군요.



이번에는 같은 리포트를 쉽게 풀어쓴 '투자연구소'의 리포트를 보겠습니다. 먼저 리포트 본문이 모두 구어체로 바뀌어 있네요. 딱딱한 문어체보다는 훨씬 잘 읽히는 어투입니다. 또 논문처럼 작성되어 있던 소제목도 <카카오의 플랫폼 DNA 활용…"과금 대상은 고객 아닌 상품제공자">라고 풀어 써주었습니다. 마치 기사 제목 같기도 합니다. 주린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을 'MyData' 용어도 한국어로 바뀌었고 각주로 해당 용어에 대한 의미로 달려있습니다. 주린이들이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리포트를 다양하게 변형한 모습입니다.

정리하자면 신한금융투자의 '투자연구소'는 증권사 리포트를 △구어체로 어투 변화 △어려운 용어에 대한 해설 위주로 변형해 쉽게 정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자어가 많고 업계의 전문적인 용어까지는 쉽게 풀어써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제3자 중개', '인가 취득' 등 전문 용어가 생소한 주린이들은 '투자연구소'의 리포트를 보면서도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오 기자와 함께 다녀온 증권사의 투자학교 어떠셨나요? 각 증권사의 '투자학교' 오 기자의 총평은 아래 카드뉴스로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국의 '민지'들을 대표해 증권사를 누비는 오 기자는 다른 재밌는 콘텐츠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