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폰 고장났어"…메신저피싱 피해 2배 이상 늘었다

입력 2021-09-05 12:00


"엄마 내 폰이 고장나서 수리 맡겼어 ㅠㅠ 이 번호로 카톡 추가하고 톡 해줘~"



지난 3월 오전 10시경 모르는 전화번호로 온 문자메시지. 피해자는 딸로 착각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시작했고, "나 환불받아야 하는데 휴대폰이 고장나서 환불 못 받고 있으니 신분증 사진이랑 계좌번호, 비밀번호 좀 보내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또 환불을 받는 사이트라고 하며, 원격조종앱을 설치하게 하고 승인번호를 받았다. 그 후 피해자 명의로 카드 5,500만 원, 은행 500만 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올 상반기 메신저피싱 피해금액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로 사기를 벌이는 보이스피싱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메신저피싱 피해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4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4% 감소했다.

그러나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165.4% 증가한 466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 중 55.1%를 차지했다.

메신저피싱의 경우 사기범이 탈취한 신분증이나 금융거래정보 등을 통해 피해자 모르게 핸드폰 개통, 비대면 계좌 개설 후 예금 이체와 비대면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편취한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피해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고, 피해규모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금감원은 강조했다.

특히 50대 이상 연령층이 메신저피싱 피해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피해 예방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50대 이상 연령층의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전체의 93.9%를 차지했다.

사기범은 주로 자녀를 사칭해 아빠, 또는 엄마에게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 또는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며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백신예약이나 '금감원에 계좌등록' 등을 빙자하는 문자가 대량 발송되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신분증이나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고, 원격조종앱이나 전화가로채기앱 등 악성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만약 메신저피싱으로 신분증이나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고 악성앱을 설치한 경우 유출된 개인정보 관련 금융사에 피해신고를 하고 지급정지 조치, 휴대폰은 초기화해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 노출사실을 '금감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접속해 등록하고 명의도용된 계좌개설, 예금 해지 및 대출 여부 등을 조회해 피해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르는 전화번호나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받을 경우 반드시 전화통화 등으로 아들 또는 딸이 보낸 메시지가 맞는 지 확인해야 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신분증이나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되고, 절대로 URL을 터치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