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2018년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 우리 정부 들어서는 예를 들어서 고용이 많이 느는 SOC 사업이나 또는 부동산경기 부양이나 이런 정책을 일체 쓰지 않고 그런 유혹을 느껴도 참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8년 8월 국회에서 한 발언입니다. 고용지표 악화와 관련해,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4대강 사업을 한 이명박 정부, 부동산으로 경기부양을 시도한 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된 정부라는 것을 강조한 셈이죠. 이랬던 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 SOC 분야에 역대 최대 예산을 투입합니다. 경제뷰포인트 시간에 관련 내용 짚어봅니다. 내년 SOC 예산이 사상최대 규모라는데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27조5천억원입니다. 올해보다 1조원 늘어난 역대최대 규모입니다.
<앵커> 이번 정부 초기엔 SOC투자에 대해 부정적이었잖아요? 달라진 모습이네요.
<기자> 현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첫해인 2018년엔 4대강 같은 토목공사 중심의 SOC 투자 줄이겠다며 예산을 14%나 줄였습니다. SOC투자를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이후부터 매년 늘려왔습니다. 2018년 경제성장률이 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고, 건설 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쳤는데, SOC투자를 줄인 영향이 컸다고 본거죠. 그런데 그냥 늘리기엔 정부 입장에서도 명분이 없으니, 생활형SOC라는 이름으로, 지방균형발전이란 명목으로 지방SOC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SOC 예산을 늘려왔습니다.
<앵커> 내년 SOC 예산은 주로 어디에 쓰이나요?
<기자> 분야별로 보면 가장 많은 돈은 도로건설에 투입됩니다. 8조4천억원이고요. 다음으로 철도에도 8조3천억원이 투자됩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 A,B,C를 포함한 지역 고속철도, 광역철도 사업 추진에도 6천억원이 들어갑니다.
<앵커>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겠다는 정부가 대규모 SOC 투자에 나서는 이유, 어떻게 봐야하나요?
<기자> 아시다시피 SOC사업은 경기부양과 고용창출 효과가 큽니다. 건설부문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약 8.5명 정도 됩니다. 생산을 10억원 늘릴때 추가로 고용되는 인원이 이정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제조업의 두배 가까이 많습니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돌보기 위한 선심성 예산도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더 문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SOC 예산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는 거죠. 특히 최대 28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산은 이번에 포함이 안됐거든요. 이것까지 포함되면 내년 SOC예산은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4대강 사업 같은 SOC 투자를 시대착오적 토건적폐로 비판해온 정부가 대규모 SOC 투자에 나섰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군요. 물가 얘기좀 해보죠. 지난달에도 또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걱정이 커지고 있어요?
<기자> 물가가 올초엔 안정적 모습을 보였는데, 4월 이후엔 2% 중반대로 크게 올라 불안한 양상입니다. 계란, 석유, 집값 안오른게 없이 다 올랐는데 앞으로도 물가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 7월까지 9개월째 올랐는데, 최근엔 오름세도 가팔라졌기 때문입니다. 또 통상 추석에는 소비가 늘어나면서 수요측면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강해지는데다, 올여름 폭염과 때늦은 가을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다시 들썩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추석을 앞두고 풀릴 11조원의 국민지원금도 물가를 자극할 요인입니다. 실제 지난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직후부터 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하반기면 안정될 거라던 정부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볼 수 있죠?
<기자>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8%인데,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 오름세를 감안해 소비자 물가 전망치를 1.8%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대로라면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또 다른 걱정은 물가가 이렇게 오르면 금리가 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거잖아요?
기자>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 요인 중 하나도 물가였는데, 앞으로도 물가상승세가 지속되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내 한차례가 아니라 두차례가 될수도 있다는 거죠. 금융당국이 전방위로 가계대출을 옥죄는 마당에 금리까지 오르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정부가 내놓는 물가안정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뒷북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기자> 정부는 일단 추석 물가 안정에 주력한다는 입장입니다. 추석 2주 전 성수품을 집중 공급하고, 필요하면 추가 공급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하반기엔 안정될거라는 정부의 낙관론, 현재상황에서 보면 오진이었는데, 이런 오판이 뒷북대책을 불렀고, 이 때문에 정책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런 정책 오판은 부동산에서도 익숙한 모습입니다. 임대차3법 시행때도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다는 지적이 많았죠. 당시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몇달 뒤면 안정될 것이다"고 낙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빗나갔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년새 5억원에서 6억3천만원으로 26%나 오르고, 이중가격이 형성되는 등 전세시장 혼란이 심각해진겁니다. 정부는 이제서야 연말까지 전세시장 대책에 역점을 두겠다고 나섰는데, 효과를 발휘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