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묵은 대못 뽑았지만'…또 다른 규제 '예고' [게임 셧다운제 폐지]

입력 2021-09-02 17:14
수정 2021-09-02 17:14
<앵커>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금지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면서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규제 대못'이 10년 만에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대안으로 제시된 게임시간 선택제는 이미 10년 전에 도입했던 제도로 여전히 또 다른 규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심야 시간에 인터넷 게임을 못하게 법으로 막아놓은 게임 셧다운제.

그동안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규제 대못'으로 꼽혀왔는데, 도입 10년 만에 폐지가 결정됐습니다.

[최성유 / 여성가족부 청소년청책관 :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예방정책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습니다. 게임제공시간 제한제도 중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하고...]

정부가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면서 내놓은 대안은 게임시간 선택제입니다.

18세 미만 본인과 부모 등이 요청하면 원하는 시간대로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게임시간 선택제 역시 또 다른 규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제'에서 '선택'으로 용어만 바뀌었을 뿐, 게임사들이 감당할 부담은 여전하다는 이유에 섭니다.

[위정현 / 중앙대학교 교수 (게임학회장) : 게임사가 해당 아이디를 통제하는 제도를 갖춰야 하는데 요청이 들어오면 특정 아이디를 선별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비용도 들고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국내 게임을 통제한다 해도 청소년에게 인기가 높은 해외 게임에도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셧다운제 폐지 논의를 촉발한 마인크래프트 사례처럼 보안 정책을 바꿔 청소년의 계정 생성을 막아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인용 아이디를 따로 만들거나 남의 아이디를 도용하는 등의 부작용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게임시간 선택제를 이제 와서 널리 알리겠다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김영수 /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 아무래도 (사용률이) 저조한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부모님들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도 잘하고...]

세계 주요국 가운데 정부가 게임시간을 직접 나서서 규제하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 뿐입니다.

과도한 규제가 결국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습니다.

한국경제TV 이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