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고비 넘긴 HMM…불씨는 남아

입력 2021-09-02 17:12
수정 2021-09-02 17:12
HMM 노사 임단협 타결
<앵커>

사상 초유의 수출입 셧다운 사태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18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HMM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에 합의했기 때문인데요.

가까스로 파업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박승완 기자입니다.

<기자>

HMM이 두 달 넘게 이어진 파업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HMM 육·해상노조는 오늘 오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수출입 물류 차질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의 양보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진만 / HMM육상노조 위원장 : 물류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의 중심에 있는 해운이 서비스 중단이 되면 물류대란이 불가피하고, 코로나19 상황에 어려움이 있는 이웃들도 있기 때문에…]

합의안은 7.9% 임금 인상(교통비, 복지포인트 2.7% 인상 포함 시 10.6%)과 연내 650% 보너스 지금 등이 골자입니다.

노조는 지난 8년간의 임금 동결을 근거로 임금 25% 인상과 보너스 1,200% 지급을 요구했고, 회사 측은 당초 5.5% 인상에 격려금 100%를 지급하는 안을 내놨다가, 8% 인상과 500% 보너스 지급이라는 수정안으로 협상을 이어왔습니다.

한 번에 임금 25%를 올리는 것은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이를 낮추고 일시적 성격인 격려금을 더 주는 방향으로 합의에 이르렀단 분석입니다.

합의 배경으로는 먼저 파업 강행 시 HMM이 입을 피해가 상당하다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해운업이 전세계를 영업망으로 삼는 만큼 배가 멈추면 각국 화주들의 줄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하반기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이어지는 쇼핑 시즌이 해운업계의 성수기로 평가받는 데다, 해상운임이 16주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역대급 이익 창출이 가능한 점도 HMM 입장에선 파업만은 막고 싶은 배경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각종 관계 부처들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선 게 주효했다는 후문입니다.

극적 합의를 이뤄냈지만 후유증은 상당할 전망입니다.

당장 노조원들의 반발이 잦아들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전정근 / HMM해상노조 위원장 : (선원들의) 쟁의 행위를 제한할 정도면, 그렇게 중요한 직업이라고 한다면 처우는 저희가 쟁의를 하지 않더라도 개선이 됐어야 하는데…]

HMM 선원들은 부산항에 정박 중인 배 위에서 '선상시 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HMM해상노조 : 선원은 노예가 아니다.]

합의안에 포함된 '임금 경쟁력 제고를 위한 TF 구성'도 불씨로 남았습니다.

[김진만 / HMM육상노조 위원장 : '3년간 임금 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성과급 제도를 만들자'는 문구 한 줄을 넣기 위해서 (어제) 밤 11시부터 (오늘) 8시까지 무려 9시간의 실랑이를 했습니다.]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배재훈 대표의 임기가 아직 반 년이나 남아 있다는 점도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