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5곳 중 1곳 공모가 하회"…상장 주관사 '책임론' 대두

입력 2021-09-01 17:27
수정 2021-09-02 07:46
상장주관 공모가 하회 NH '최다' 대신·한투 '2위'
"상장 전 기업가치 평가 객관적 모델 도입 절실"
"공모가 산정에 개인투자자 의견 반영" 여론 대두
<앵커>

요즘 공모주 시장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뜨거운데요.

하지만 요란한 소문과는 달리 상장 후 공모가 밑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종목들이 의외로 많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의 경우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이후에도 공모가 주위를 오르내리면서 상장전 가치가 제대로 평가된 것이냐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는데요,

이러다보니 상장 주관하는 증권사에 대해 기업가치 예측 실패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증권부 오민지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네 요즘 IPO 시장에서 화두는 단연 '공모가'인데요. 공모가 고평가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공모가가 고평가되면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이 어렵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이 공모가가 얼마나 적절하게 산정이 되고 있는지 올해 상장한 기업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상장 기업들의 공모가가 적절했다면 현재 주가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일 겁니다.

<앵커>

공모가 대비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어떤지 본다는 거군요?

올해 상장한 기업들, 실제 주가 흐름 어떤가요?

<기자>

올해 지금까지 상장한 기업은 모두 58곳입니다.

스팩 등 특수한 상장은 제외하고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만을 기준으로 삼았는데요.

58개 기업 중 10곳, 그러니까 약 17% 이상의 기업이 현재 주가 기준으로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의 5곳 중에 한 곳은 공모가보다 현재의 주가가 떨어져 있다는 거죠.

<앵커>

5분의 1의 확률이면 결코 적은 확률은 아닐 텐데요.

어떤 기업들이 지금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인가요?

<기자>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기업의 리스트를 뽑아보니까요.

롯데렌탈이나 SD바이오센서, 에브리봇 등 공모주 시장에서 그래도 주목을 꽤나 받았던 종목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롯데렌탈의 경우 공모 청약에 참여한 증권사가 8개나 됐고 SD바이오센서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1143.7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그런 점에서 투자자의 실수요가 부족해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앵커>

공모가가 적정 수준을 벗어난 탓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잘 반영해서 공모가가 적정 수준으로 산정되면 상장 이후에도 주가 흐름이 매끄럽게 나올 수 있습니다.

공모가가 적정수준을 벗어날 경우, 특히 저평가가 아니라 고평가인 경우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책임이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공모가 결정 방법 프로세스를 한번 보시죠.

먼저 공모희망가액을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이후 주관사가 제시한 가격 밴드를 기준으로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이 진행되고 그 결과를 고려해서 발행사와 주관사가 협의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거죠.

이렇다보니 공모가 산정에서 주관사의 개입이 큰 겁니다.

<앵커>

공모가가 고평가된다면 그에 대한 주관사에 책임도 있다는 거네요.

<기자>

네 상장 주관사는 기업에 대해 실사도 가고 분석도 해서 공모가를 산정하잖아요.

하지만 기업이 IPO를 하고 얼마가지 않아 사업에서 큰 변화가 생기면 당연히 주가가 변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최근 상장 주관사의 기업가치 평가 예측 실패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투자자들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요.

만약 상장하려는 기업에 투자했는데 상장 이후 기업 사업 추진에 있어 중대한 내용이 바뀌고 주가가 떨어지면 어떨까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관련 내용을 이민재 기자가 리포트로 준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앵커>

공모주 시장에서 증권사가 중요한데도 그 책임은 잘 부각되지 않는 것 같네요.

그럼 공모가와 관련해 상장 주관을 하는 증권사들의 상장 성적은 어떤가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 주관사들의 기업평가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상장 기업 중에서는 어떤 증권사가 가장 많이 주관 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 상장 주관사 순위입니다.

건수로 그리고 비율로 봤을때 NH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을 한 경우 주가가 공모가 대비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장을 주관한 7건 중에서 4건의 기업이 공모가 대비 현재 주가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57%에 해당하는 수준이죠.

기업으로 보면 롯데렌탈, SD바이오센서 등이 해당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 다음은요?

<기자>

다음으로는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25%의 공모가 하회 상장 기업 비율을 보였습니다.

대신증권은 8건 중 2건, 한국투자증권은 12건 중 3건이었네요.

그 뒤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14.3%, KB증권이 12.5%의 비율로 상장기업의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기업들은 얼마나 주가가 떨어진 건가요?

<기자>

네 이 기업들의 공모가 하락율은 현재 주가 대비해서 계산해봤는데요.

10곳의 기업의 평균 하락율은 17.38%였습니다.

진시스템이나 씨앤투스성진 같은 경우는 30%가 넘는 하락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장 상황의 영향은 없을까요?

<기자>

네 그래서 이 기업들의 상장 한달 후 하회 상황을 살펴봤는데요.

이들 기업 중에서 한달 후 주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하락 중인 기업은 6곳이었습니다.

한달 후를 기준으로 하면 해당되는 기업 수는 줄지만 평균 하락율은 24.05%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대안은 없나요?

<기자>

네 공모주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지다보니 당국에서도 팔을 걷어붙였는데요.

금감원에서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하는 비율이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으로 1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금감원에서 정정요구를 하는 게 가격을 내리라는 직접적인 요구는 아니고 공모가 산정에 적당한 근거를 더 제시하라는 요구입니다.

직접적인 요구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간섭이다 이렇게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다른 대안은 없나요?

<기자>

그래서 최근 제시되고 있는 게 공모가 산정 단계에 개인투자자의 수요 예측을 담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상장일을 기준으로 개인투자자의 누적순매수비율이 개인청약률이 높은 경우에 더 높게 나타났는데요.

누적순매수비율이 높다는 건 상장 이후에도 투자자들이 이 종목을 사려고 한다는 겁니다.

보시면 개인청약률이 800대1을 초과한 경우에는 누적순매수비율이 13.7%를 보이고 200대 1 이하인 경우는 9.7%를 보였습니다.

<앵커>

개인청약률이 높은 종목일수록 상장 후에도 투자자들이 매수하려고 한다는 거군요.

<기자>

네 그래서 공모가 산정에 개인투자자 의견을 더욱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겁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현재 우리나라 공모주 시장에서 공모가 산정을 할 때 개인투자자의 의견이 반영된 곳이 없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 대만, 홍콩 등에서는 IPO 시장에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개인투자자 공모절차를 모두 마친 후에 공모가를 결정합니다.

그러니까 공모가 산정에 개인투자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겁니다.

<앵커>

그렇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공모가 산정에 참여하니까 고평가 논란도 좀 사그라들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IPO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커진 만큼 개인투자자들 의견이 반영되어 공모가가 산정되면 상장 이후에도 좀 더 안정적인 주가 흐름이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물론 이런 제도적 변화 여부와 상관없이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자사의 수수료 수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정말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공모가 산정 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증권부 오민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