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대출까지 조이더니 대부업 문은 '활짝'

입력 2021-09-01 14:50
수정 2021-09-01 15:12
"교묘한 타이밍, 이해 못 할 정책"


은행에 이어 2금융권 대출 문턱까지 높인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의 문은 활짝 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30일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등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 21개 업체를 발표하며 "저신용자에 자금을 원활히 지속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된 21개 업체에는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고, 온라인 대출 중개 플랫폼을 통해 대부상품을 중개할 수 있는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연봉의 120~180%까지 가능했던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제한했다.

또 카드사에 대한 대출 규제 압박에 카드론의 평균 금리도 전달보다 오르는 등 2금융권의 대출 문턱마저 높아졌다.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7월 말 기준 13.96%로 한 달 새 1.29%p 올랐고, 같은 기간 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도 13.79%로 1.55%p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금융사들에 대한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국이 우수 대부업체를 선정하자 '제도권 금융을 막더니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라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A씨는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 문을 두드리는 것만으로 삶이 고단해질 수 있다"며 "저신용자들의 고금리 가계대출은 가계부채도 아니냐"고 토로했다.

논란이 일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수 대부업체 신청은 지난 3월부터 받아온 것"이라며 "대출 한도 축소를 의도한 정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타이밍이 굉장히 교묘하다"며 "2금융권까지 대출을 다 막고 '여기 가서 돈 꾸세요'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지난달 25일 P2P 금융 업체 21곳을 정식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로 등록하기도 했다.

P2P금융 업체와 대부업자는 DSR 등 정부 규제를 받지 않지만 비교적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데, 한국대부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의 평균 대출 금리도 지난 분기 기준 23.9%~24%로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법 사금융의 경우 최대 3천% 금리를 적용하는 업체들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며 "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것처럼 정부가 나설 것이 아니라 한발 물러서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