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는 엣지베베 등 10개의 공동 구매사이트를 운영하며 2019년 초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4천700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로 20∼30대 일당 14명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사이트 운영 총책임자 박모(34)씨와 중간간부 김모(26)씨·서모(33)씨 등 3명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나머지 11명도 계속 수사 중이다.
이들 중 독립적으로 공동 구매사이트를 운영하며 수백억원을 챙긴 공구장(공동구매장) A씨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말단 직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20∼30대 여성으로 구성된 이들 일당은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알뜰히 사려는 주부들의 심리를 악용했다.
일정 인원 이상 모집되면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 공동구매와 달리, 이들은 배송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수록 할인율이 높아진다고 안내하며 소비자들을 현혹했다.
이 과정에서 먼저 주문한 고객의 물건 대금을 나중에 주문한 고객들의 돈으로 메우는 방식의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했다.
초기에는 유아용품과 생필품 등 저렴한 물품을 팔기 시작해 물건을 정상적으로 납품하는 듯 보였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점차 상품권·골드바 등 고가 물건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신뢰가 생긴 고객들의 구매 액수도 커졌지만, 점차 물건이 제때 납품되지 않는 일이 생겼다.
이들 일당은 고객들을 안심시키고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방'도 운영했다. 초기 구매자 일부에게만 물건을 정상 납품하고, 이들이 후기를 남기도록 유도해 나머지 구매자들을 속였다.
고객들이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환불을 요청하면 회원 자격을 발탁하는 등 피해자 간 정보 교류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이름의 공동 구매사이트를 10개 운영했지만, 매출액은 사실상 총책 박씨에게 전달됐다. 각 사이트를 운영하는 공구장과 간부진은 매출액 중 일정 비율을 중간에서 챙기는 구조였다.
이 같은 방식으로 최말단 직원이 1주일간 편취한 이익금만 수십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총책임자 박씨는 2014년께부터 같은 방식으로 사기를 친 혐의로 2019년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했는데, 수사가 시작되자 피해를 배상하고 혐의를 벗고자 되레 사업 규모를 확장했다.
구속된 김씨와 서씨도 2017년께부터 박씨 아래에서 공구장을 한 혐의로 함께 경찰 수사를 받았는데도 사업 확장 과정에서 중간간부 역할을 맡고 주변 사람들을 새로운 공구장으로 끌어들이며 문어발식 사이트 개설을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범죄 피해 재산 추징을 위해 범죄수익 일부에 대해 1차 몰수보전 신청을 했고, 나머지 범죄 수익에 대해서도 추가 몰수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