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기연구원(KERI, 이하 전기연)이 전기차 등의 성능을 높일 배터리 음극재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전기연은 전기재료연구본부 나노융합연구센터 이건웅·정승열 박사팀, 차세대전지연구센터 김익준·양선혜 박사팀이 공동으로 '고용량 리튬이온전지용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기술은 친환경 전기차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음극 소재인 '실리콘(Si)'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리튬이온전지의 음극은 배터리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존 음극 소재로는 흑연이 사용되다가 최근에는 성능이 더 좋은 실리콘이 첨가되기 시작했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 높고, 충전·방전 속도도 훨씬 더 빠르다.
그러나 충전·방전 때 부피가 3∼4배 팽창하는 문제가 있는 탓에 5% 정도밖에 첨가하지 못한다.
전기연은 이런 실리콘의 단점을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이라는 나노기술을 통해 해결했다.
흑연을 아주 얇게 1겹만 벗겨낸 소재인 그래핀은 전기 전달이 매우 우수하고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다.
전기연은 10년 이상 연구를 통해 양질의 그래핀을 제조하고, 그래핀이 실리콘과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적의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핀이 실리콘을 껍질처럼 감싸도록 해(코어(core)-쉘(shell) 구조 실리콘의 부피 팽창 문제를 해결한 데 이어 그래핀을 통해 기존 실리콘 첨가량을 최대 20%까지 증가시켰다.
이로써 실리콘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은 보완하며 배터리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또 저렴한 실리콘을 쓰더라도 그래핀을 통해 최고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격경쟁력도 강화됐다고 전기연은 설명했다.
전기연은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를 기반으로 한 시제품(파우치형 풀 셀)도 제작해 국내·외 원천특허 등록까지 완료했다.
이 기술은 최근 전기·전자 소재·부품 전문기업인 주식회사 HNS에 11억원에 기술 이전되기도 했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매달 t 단위 이상의 실리콘·그래핀 복합체 분말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전기연은 예상했다.
에너지 밀도로 환산하면 스마트폰용 배터리 3만6천대 분량 및 600MWh 용량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과제책임자인 이건웅 박사는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기술은 친환경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방위산업,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고용량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배터리 성능을 높여 주행거리를 20% 이상 늘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