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에 발목 잡힌 탄소중립…제도개선 '한목소리'

입력 2021-08-23 17:20
수정 2021-08-23 17:20
<앵커>

정부 재정을 투입하기 전에 사업의 경제성을 검토하는 제도를 예비타당성조사라고 하는데요.

혈세 낭비를 막자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모호한 기준 때문에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재근 기자입니다.

<기자>

[문재인 대통령(5월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 : 탄소중립은 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으로 뒷받침 돼야 합니다. 기술 개발 R&D를 확대하고,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기 위해선 먼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조사를 언제 시작할지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그 사이 주요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한 발 더 빠르게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실제 독일 정부는 지난해 7월 저탄소 공법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확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3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웨덴 정부 역시 오는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이미 지난해부터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아직 R&D 예산을 얼마로 할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정인호 /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 전 세계적인 움직임들이 2030년을 보고 (탄소중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1년이라도 가급적 빠르게 연구나 공정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문제는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치권 입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정부는 2년 전 지방도로와 철도 건설 등 23개 사업에 대해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예타 심사 기구를 만들고, 예외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영한 /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 사안들에 대해선 좀 더 사안별로 전문가들의 의견도 반영하고 정책 당국자들과 필요할 경우 관련 정치인들까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상시적인 위원회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로 도입된 지 22년째인 예비타당성조사.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