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루마니아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여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권 일각에서 백신 '구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에 부족한 백신과 루마니아에 필요한 의료물품을 주고받는, 양국에 도움 되는 스와프(교환)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또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이 불균형한 상황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질 수 있는 백신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도 있다.
22일 외교부 설명을 종합하면 루마니아로부터 백신을 받고, 한국은 동등한 가치의 의료기기·물품을 공여하는 형태의 스와프 협의가 최종 단계다.
당초 루마니아는 판매도 고려했지만, 제약사와 도입 계약이 재판매를 금지하고 있어 이 같은 양방향 공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 언론은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백신이라고 보도했는데, 유통기한은 정부가 앞서 이스라엘과 체결한 스와프(약 1개월)보다 여유가 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그간 정부는 국내 백신 부족 사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가운데 백신이 남아 고민하는 국가도 있다는 점에서 루마니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 스와프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그 결과로 지난달 이스라엘로부터 화이자 백신 78만2천회분을 받았으며, 같은 물량을 9∼11월에 반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물론 루마니아까지 한국에 백신을 제공하기로 한 이유는 백신을 신속하게 가져와 자국민에 접종할 역량이 되는 나라가 몇 안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가들은 자국 내 접종 목표를 달성했거나, 접종률을 더 높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때 백신 공여·교환을 고려하게 된다.
백신 불신 등으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이 쌓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수천명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백신을 폐기하면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된다.
따라서 서둘러 백신을 건넬 국가를 찾게 되지만, 백신 운송과 접종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 한국은 대규모 접종을 신속하게 시행할 행정력이 있고, 국민의 백신 불안감도 크지 않다.
남은 백신을 서둘러 '처리'해야 하는 국가들 입장에서 이상적인 선택지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행정력이 우리만큼 효율적인 국가가 많지 않고, 국민의 백신 수용성도 떨어지다 보니 자신 있게 '우리가 받겠다'는 국가가 많지 않다"며 "백신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공여국은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있어 서로 이익"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스라엘도 이런 이유로 한국에 고마워했다고 한다.
아키바 토르 주한이스라엘 대사는 백신이 한국에 도착한 지난달 7일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은 백신 부족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국가를 찾았고 한국은 제시간에 빠르게 접종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이라 지원 명분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한국은 어려운 시기에 방역물품을 제공한 만큼 이들 국가가 당시 지원에 대해 보답하는 측면도 있다.
루마니아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당시에는 웃돈을 주고도 살 수 없었던 진단키트를 한국의 도움으로 구했다.
또 코로나19가 어떤 국가도 홀로 해결할 수 없는 초국경적 보건안보 현안인 만큼 스와프 같은 상부상조가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