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보다 더 소중한 자식을 잃은 지 어느덧 2년입니다. 사고 당시 덕산해수욕장은 누구라도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죽음의 해수욕장'이었습니다…"
유승만(54)씨의 아들 윤상(20·숭실대 2학년)씨는 2019년 7월 13일 오후 5시 40분께 강원 삼척시 덕산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다가 이안류(역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영어 뉴스 동아리 선후배 30여 명과 3박 4일로 MT를 떠난 그곳에서 아들 유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아들과 함께 물놀이하던 후배 최영화(19·숭실대 1학년)군도 숨졌다.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유족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고통 속에 살았다.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휩싸인 유씨는 어설프게 봉합하면 죄책감에 살아갈 수 없다며 자신과 같은 끔찍한 고통을 겪는 사람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그렇게 한다고 죽은 아들이 돌아오냐", "너만 다친다", "남은 가족을 생각하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자식을 잃은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 여기며 진실을 좇았다.
그렇게 백방으로 뛰어다닌 유씨는 아들의 사고가 '안전불감증에 의한 명백한 인재'(人災)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해수욕장 관리청인 삼척시, 시로부터 관리·운영 일부를 위탁받은 마을단체, 관리·운영 일부를 재위탁받은 모 대학 해양관광레저스포츠센터의 허술한 공동 관리·운영이 빚은 참사였다.
유씨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수욕장에는 안전 부표, 안전선, 감시탑 등 안전설비는 물론 인명 구조선과 구명보트, 수상 오토바이 등 구조장비를 갖추지 않았다.
'바다 날씨가 나쁜 상황인데도 물놀이를 한 학생들의 책임'이라는 식의 사건 관계자들의 말도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유씨가 기상청을 통해 사고 당일 날씨를 확인한 결과 충분히 물놀이가 가능한 날씨였다.
삼척시 등에서 당시 바다 날씨가 좋지 않아 오후 5시께 입수금지 결정을 했고, 입수금지 방송을 했다는 이야기도 사실과 달랐다.
당시 입수금지 방송을 들은 학생들이 한 명도 없었고, 백사장에는 입수금지 깃발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규정상 안전요원 4명이 있어야 할 해수욕장에는 2명만이 근무했고, 이들마저도 사고 발생 전이자 수영 가능 시간인 오후 6시 이전인 오후 5시 10분께 철수해 당시 해수욕장에는 인명구조 자격을 보유한 안전요원이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안전요원이었던 대학생들이 '사고 당시 4명이 근무했다'는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받은 정황까지 드러났다.
유씨는 "그날의 진실을 좇으며 마주한 건 허술한 해수욕장 관리·감독과 직무유기, 주먹구구식 운영 등 안전불감증의 민낯과 이를 조작·은폐·축소하는 데 몰두하는 책임자들의 무책임한 자세"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안전관리자 박모씨와 안전요원 이모씨, 해양관광레저스포츠센터 책임자 남모씨 등 3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마저도 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내사 종결하자, 유족이 "부실수사"라고 반발하며 검찰에 진정을 넣고, 피고인들을 고소하면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 사건은 내달 15일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결심공판에서 박씨와 남씨에게 각 금고 2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이씨에게는 금고 1년 6월을 구형했다.
유족은 삼척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도 낸 상태다.
유씨는 "업무매뉴얼 중에서 단 한 가지만 제대로 지켰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자를 엄벌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