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19일) 농협은행이 신규 부동산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기자>
농협은행이 신규 부동산담보대출 취급을 오는 11월 말까지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대출 증액도, 재약정도 안 됩니다.
다만, 23일까지 접수한 대출은 기존대로 심사해 실행하고, 부동산을 담보로 하더라도 긴급 생계자금 대출은 취급합니다.
농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7.1%)이 이미 정부의 연간 목표치(5~6%)를 초과해 중단했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다른 은행들도 농협은행처럼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자>
벌써부터 다른 시중은행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오늘(20일) 우리은행이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9월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3분기 대출 한도가 이미 다 찼다는 겁니다.
SC제일은행도 주택담보대출 상품 일부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여기에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신용대출 한도를 소득수준까지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은 현재까지는 대출 중단 계획이 없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에 더 강하게 나선다면 이들도 언제든 신규 대출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앵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에서 신규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불편이 생길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아직 대출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으로 수요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들 은행도 대출 목표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게 되면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울며 겨자먹기'로 1금융권보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우려되는 소비자 피해와 관련해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현재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금융대출 부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괄적으로 접근하면 금융소비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과 위험 여부에 따라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앵커>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어떻게 얼마나 더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취임한다면 가장 먼저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금융위는 3년에 걸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예정보다 앞당겨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연 소득의 1.5∼2배 수준에서, 연 소득 이내로 축소할 것을 금융권에 더 강하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1금융권 대출을 옥죄면서 나타날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2금융권에 대한 압박도 강해질 전망입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이 작년 1~7월 2조4천억 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엔 27조4천억 원으로 11배 이상 늘었기 때문입니다.
<앵커>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에 금융권이 불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영업을 못 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은행들은 연간 가계 대출 목표치를 정해놓습니다.
신규 가계 대출을 일부 중단해도 목적치는 달성한 상황이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세세하게 간섭하고 조정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금융권이 느끼는 부담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대출 억제로 가계 부채 관리 관리 충분할까요.
<기자>
올해 들어 7월까지 전체 금융권의 가계부채는 78조~79조 원 가량 늘었습니다.
총액은 1,700조 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요. 증가 속도도 빠른데 정부의 규제가 안 통하는 것도 금융당국의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지난달 대출지표가 백약이 무효한 상황 잘 보여주는데요.
아시다시피 7월은 금융 당국이 개별 차주에게 DSR 40% 규제를 적용했습니다.
그런데도 대출이 10% 늘면서, 연간 증가율 9%를 뛰어넘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하반기 대출 증가율 3~4%대로 관리할 거라고 했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되레 대출이 더 늘어난 것입니다.
그 때문에 대출 조이는 것만으로는 가계부채 관리에 한계가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다음 주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예정돼 있잖아요? 금리인상 할까요?
<기자>
금통위를 1주일을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5월 연내 인상을 처음 시사한 이후 여러 차례 더이상 늦출 수 없다, 당연한 일이다고 강조해왔죠.
금리인상 의지를 드러낸 것은 가계부채, 집값, 물가 불안 등 때문인데, 여기에 초점을 맞추면 이번 달에 한은이 당장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많죠. 코로나 재확산으로 민간소비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고,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금통위기가 다가올수록 8월 인상설이 점차 약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서,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까지 오르면 실수요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떤 영향이 예상되나요.
<기자>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거나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게 되면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대출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 부담은 11조8천억 원 늘어나게 됩니다.
하반기 예고된 기준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해 실제 시장금리가 줄줄이 오르고 있는데요.
최근 금리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6월 0.92%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올랐습니다. 작년 5월 이후 1년 2개월 새 최고치입니다.
장기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연 1.92%)도 한 달 새 0.0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은행들 심사가 강화돼 신규 대출 자체가 막히거나 한도가 많이 축소되는 사례도 생기고 있습니다.
<앵커>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조이면서도, 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정책이 필요해 보여요?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그동안 지속됐던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 본격적인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데요.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1,7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려 경기회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자 부담이 늘면 소비를 줄일 텐데 그러면 살아나던 내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죠.
또 코로나 위기로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하는 부실기업들의 생존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금리 인상 충격 최소화하고 경기회복 불씨 살려 나가는 정책을 펼칠 것이냐, 당국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앵커>
또 하나 짚어볼 것은 대출과 통화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고, 금융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실효성 문제 아니겠어요?
[홍남기 경제부총리 (7월28일 부동산 대국민 담화): 국내 기관들뿐 아니라 국제기구에서도 과도하게 상승한 주택가격의 조정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고, 특히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하반기 가계부채관리 강화방안을 시행하게 되며…]
<기자>
정부가 "지금 집 사면 위험하다", "추격매수 하지 마라" 경고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금리인상과 대출 규제였죠.
은행권의 대출 규제로 시작해서 유동성 회수가 시작된 모양새지만 이걸로 집값이 안정될지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영향이 없지 않겠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까지는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집값이 급등한 게 막대한 유동성 탓도 있지만, 공급부족, 양도세 중과에 따른 매물절벽, 임대차법 등 정부 정책실패, 이런 복합적인 요인 등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집값 상승세 쉽게 꺾이긴 어려울 거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