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올해 5월 초 사퇴 선언을 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홍 회장의 두 아들은 임원으로 재직중이어서 남양유업 경영 쇄신에 의문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공시된 남양유업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원식 전 회장의 직함은 '회장', 상근 여부는 '상근'으로 각각 기재돼 있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4일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사퇴 선언과 달리 홍원식 전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올해 상반기 보수로 8억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회장실을 비우지 않고 때때로 출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 "홍 회장은 사퇴 발표 이후 대주주로서 가끔 본사 사무실에 방문하지만, 회사 관련 업무는 하지 않고 있다"며 "매각계약 종결 이후 자사 임원 현황은 일괄적으로 변경될 예정"고 말했다.
여기에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지난 4월 보직 해임됐던 남양유업 2세, 장남 홍진석 상무는 징계 한 달 만에 복직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복직 시기는 매각 발표 하루 전인 5월 26일이다.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같은 날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다.
불가리스 사태로 불매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회사가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너일가는 여전히 임원으로 재직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나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홍 회장은 여기에 쇄신책의 핵심인 회사 매각 역시 주주총회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해 매각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홍원식 전 회장이 한앤컴퍼니와의 계약 종결을 미루는 이유가 두 아들의 자리 보전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앞서 홍 전 회장은 지난 8월 한앤컴퍼니와 주식 매각 계약 종결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 불참하고 매매종결을 오는 9월 14일로 돌연 연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