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머지포인트 문제 작년 말 알았다

입력 2021-08-18 17:34
수정 2021-08-18 17:34
금감원, 최소 6개월 전 머지포인트 문제 인지
머지포인트, 전금업 등록 피하려다 사태 키워
업계 "전원 환불 어려울 듯"
전자금융업 등록도 부채비율이 '발목'
<앵커>

가입자만 무려 100만 명에 달하는 머지포인트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먼저 이번 사태는 무엇이고 이런 일이 대체 왜 일어났는지, 배성재 기자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배성재 기자>

머지포인트 사태, 무엇부터가 문제였는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머지포인트란 '무조건 20% 할인'을 내밀면서 유명해진 상품권 서비스입니다. 이를 운영하는 업체명이 '머지플러스'입니다.

지난 2년간 무려 전국 2만여 개 가맹점,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내놨는데,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머지플러스에 전자금융업으로 등록하라고 시정 권고를 내립니다. 이전까지 머지플러스는 '상품권 발행업'이었기 때문이죠.

이후 머지플러스는 지난 11일 '음식점 업종' 만을 제외한 모든 가맹점에서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사용 가능한 10곳 중 9곳이 사라진 '기습 중단'이었는데요.

이유는, 현행법상 전자금융업법에 등록되지 않은 머지플러스와 같은 사업체는 오로지 한 가지 업종에만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레 피해는 미리 머지포인트를 결제해놨던 소비자들과 머지포인트로 결제를 받은 가맹점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왔습니다. 정호진 기자입니다.

<정호진 기자>

온갖 고성이 난무합니다.

[(직책이랑 성함 먼저 말씀해주세요.) 그런 건 필요 없고요. (현장음)]

한편에선 욕설과 몸싸움도 일어납니다.

[야, 놔. (찍지 말라고요!) 이런 OO. (때려, 때려!) OO, 진짜. 안 가져와?]

머지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과 회사 관계자들의 충돌 장면입니다.

2019년부터 운영해온 머지플러스.

20%나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다며 입소문을 탔고, 가입자는 100만 명에 달합니다.

시중에 풀린 포인트만 약 1천억 원.

하지만 높게 쌓인 실적은 쉽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며 시정 권고를 내리면서부터입니다.

이에 지난 11일 머지플러스는 수십 개에 달하던 사용 가능업종을 음식업종 하나로 갑작스레 축소했습니다.

심지어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사용 가능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소비자들은 머지플러스 본사로 몰려들었습니다.

이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사용 가능한 머지플러스를 믿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머지포인트 구매자: 대기업들까지 해서 너무 많이, 빕스도 껴있었거든요. 빕스는 CJ 계열사의 주 외식업체잖아요. 배스킨라빈스, 파리바게뜨 이런 굉장한 브랜드들이 계속 더 생겨나니까….]

피해는 소비자뿐 아니라 소상공인들에게도 번졌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이 남은 포인트를 털어내기 위해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개인 점포로 향했기 때문입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머지포인트가 사용 가능한 매장 위치를 공유하는 촌극까지 벌어졌습니다.

[A업체 근무자: 여기 앞에 계속 줄 서 계시고 전화도 계속 와서 문의하시고 했었어요. 싸가시기도 했고, 선결제로 달아두신 분들도 있고….]

벼락 매출을 올린 매장주들은 돈을 못 받을까 벌써 막막합니다.

[B업체 점주: 아홉 시 반에서 열 시 반 사이에 백만 원 결제했어요. 한 분이 60만 원어치를 긁었어요. 직원분들이 모르니까 다 긁어놓은 거예요. 이미…재료도 이미 다 소진된 상태니까 (정산이 안 되면) 날리는 거죠. 백만 원도 날리고 재룟값도 날리는 거고…]

머지플러스 측은 "온라인을 통해 순차적으로 환불을 처리 중"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얼마나 환불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해 정리해봤는데,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새롭게 나온 사실이 있습니까.

<문성필 기자>

머지플러스 측 전 임원과 연락이 닿았는데요.

작년 12월부터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위해 준비했고, 이후 수차례 금융감독원과 만나 이를 위한 시스템 보완지시 등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한 게 8월 중순이니까,

8개월 전에 머지포인트 운영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금감원과 머지플러스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다만, 금감원 측은 작년 12월이라는 시점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 측 해명을 받아들이더라도 최소 올해 2월, 그러니까 6개월 전부터 양측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길면 8개월, 최소 6개월 전부터 양측이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면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문성필 기자>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금감원과 머지플러스, 양측이 각자 주장만 되풀이하다 시간을 보낸 셈입니다.

먼저, 머지포인트 측은 사실상 전자금융업자 등록에 별다른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금감원에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문의한 것도 상업자 전용 신용카드(PLCC) 계약을 추진하던 중 카드사 측 요청으로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감원이 이후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전자금융업자 등록 조건 중 하나인 발행 잔액(30억 원)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고 올해 6월까지 주장해 왔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전자금융업자 등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일부 임원들이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은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고 머지플러스 측에 수차례 설명하긴 했지만, 강하게 권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머지플러스가 금융회사가 아닌 탓에 검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는 건데요.

하지만 8월 초 온라인에서 '머지포인트 사기 의혹'이 제기된 후 부랴부랴 머지플러스 측에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강하게 권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입자가 지금처럼 많아지기 전, 올해 초에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했더라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번엔 회사 쪽을 한 번 짚어보죠. 일단 이 회사는 어떤 곳입니까?

<배성재 기자>

머지플러스가 머지포인트 플랫폼을 오픈한 건 2018년 2월입니다.

독특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 머지플러스는 머지홀딩스라는 기업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사업자 이름도 동일하고요.

그런데 머지홀딩스는 돌연 폐업합니다. 그리고 플랫폼 오픈 2년 뒤인 2020년 4월에 머지플러스가 새로이 법인 등록을 하고 사업을 계속 운영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업 초기 나빴던 재정 상태를 감추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투자 유치나 라이선스 신청을 위해서 법인을 새로 만든 게 아니냐는 거죠.

현재 한국기업데이터 신용조회서비스에서도 머지홀딩스와 머지플러스, 둘 모두의 재무제표는 찾아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번 일에 대한 회사 측의 입장이나 대응책도 궁금합니다.

<배성재 기자>

어제 새로 올라온 공지에 따르면 먼저 환불은 온라인을 통해 접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접수 순서대로 환불을 하겠다는 입장인데요.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앞으로의 사업 방침입니다. 바로 PLCC카드 발행을 서두르겠다는 내용인데요.

PLCC란 상업자 전용 신용카드를 말합니다.

즉 이전에 바우처만 사용하던 방식에서 신용카드로 전환해서, 카드 사용과 동시에 포인트가 적립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850억에서 1,200억 원 정도의 부가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꾸준히 환불을 해나가면서, 계속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이네요. 이 계획의 현실성은 따져봤습니까?

<배성재 기자>

현실성은 물음표입니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PLCC카드 사업 파트너인 KB국민카드 측이 사업 진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섭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아직 업무협약(MOU)만 체결했을 뿐 본계약을 맺은 건 아니다"라면서, "지금 별도로 진행 중인 사안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머지플러스가 KB국민카드 외에 PLCC카드 사업 협력을 맺은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850억에서 1,200억 원이라는 부가수입의 정체도 불분명합니다. 이런 사태를 겪고도 머지포인트 사용자가 그대로 유지되기란 힘들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가장 궁금한 건 환불 여부일 텐데요. 머지포인트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 과연 모두 환불을 받을 수 있긴 한 건가요?

<문성필 기자>

업계에서는 다소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는 "현재 보유 중인 현금과 유동채권은 은행 지급준비율의 3배 수준이다"라고 밝혔는데요.

현재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미사용 금액의 최대 90% 환불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정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머지포인트 발행액만 1천억 원이 넘습니다.

부채가 300억 원이 넘는 현 상황에서, 부채보다 많은 금액을 돌려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앞으로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 등을 받는다면 가능할 수 있지만,

금감원이 수사기관에 공식 통보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사실상 자금 수혈은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머지플러스 계획을 보면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최대한 빨리 추진해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사업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문성필 기자>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조금 전 이야기 드렸던 것처럼 재무적인 부분이 문제입니다.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위해서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안 되는데요.

자기자본금 30억 원가량, 머지플러스 측에서 이야기하는 잉여자본 14억 원가량을 더하더라도 자본금이 44억 원 정도입니다.

현재 부채 수준(300억 원 이상)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이 680%가량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전자금융업자 등록도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한 셈입니다.

<앵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한 재발방지책이 중요할 텐데요.

법이 어떻게 정비되어야 할지 취재된 게 있습니까?

<배성재 기자>

당장 거론되는 건 지금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전자금융업법 개정안인데, 이 개정안이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머지플러스 사태는 바로 전자금융업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미등록 업체까지 감독할 수 있는 제도와 함께, 미등록 업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보시겠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상거래 사적인 걸 가지고 미리 규제를 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럴 때 생각할 수 있는 게 징벌적 배상 등을 할 수가 있죠. 속였다면 징벌적으로 몇 배, 10배 그렇게 배상을 해야 된다고 하면 저는 '어, 이거 잘못하다가는 걸리겠네', 스스로 주의를 하겠죠.]

특히 이번 피해자들이 한 푼 두 푼 아껴서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서민들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빠른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가장 강조 드리고 싶은 점은 소비자 개개인마다의 경각심입니다.

법이 재정비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사이 피해가 또 발생할 수 있어선데요.

큰돈을 결제하기 전에 이 업체가 전자금융업법상 등록되어있는 업체인지, 이용자자금보호조치를 이행하고 있는 업체인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이 정보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의 온라인 민원·신고 란에 문의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앵커>

정치경제부 문성필, 배성재 기자였습니다.

두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