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규모 7.2 강진이 발생해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직 피해 상황이 완전히 집계되지 않은 데다 몇 차례 여진도 이어져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9분께 아이티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서쪽으로 125㎞ 떨어진 지점으로, 진원의 깊이는 10㎞로 얕다.
이번 강진은 규모 4∼5의 여진이 10여 차례 이어졌으며, 한때 쓰나미 경보도 발령됐다. 이웃 도미니카공화국과 자메이카, 쿠바 등에서도 감지됐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지금까지 최소 304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진앙에서 수십㎞ 떨어진 레카이와 제레미 등에서 건물과 도로 등이 붕괴하며 사상자가 속출했다. 확인된 부상자도 1천800명을 넘겨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당국은 피해 지역에 대응팀을 보내 생존자 수색과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여러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 손실과 물적 피해를 일으켰다"며 "희생자를 돕기 위해 모든 정부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USGS도 "사상자가 많은 것 같다"며 "이번 참사 피해가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제적 피해는 아이티 국내총생산(GDP)의 0∼3% 사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기업 직원과 자영업자, 선교사 등 한인들도 150명가량 거주 중인데 지금까지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이티를 관할하는 주도미니카공화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 매체에 "지진 발생 후 아이티 거주 한인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다행히 아직 피해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상황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속속 공유되고 있다.
레카이에 사는 위첼 아구스틴(35)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많은 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잔해 밑에 깔려 있다. 그 밑에서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이 들린다"라며 "병원으로 뛰어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프티트루드니프에서는 전화 통신이 두절됐고, 제레미에서는 교회와 주택이 무너진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 2010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7.0 대지진의 악몽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포르토프랭스 등의 주민들은 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강진에 크게 놀라 대피했다.
여진의 공포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대서양에선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가 아이티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추가 붕괴나 구조 차질 등도 우려되고 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그레이스는 16일 밤에서 17일 사이 아이티를 지날 예정이다.
이번 강진은 아이티에서 최대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2010년 7.0 대지진보다 규모도 크고 진원도 더 얕다. 특히 피해가 아직도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해 국민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승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정부 등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