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는 레바논에 생활필수품 대란이 벌어졌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 전역의 주유소에는 전날부터 연료를 구하려는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몰려들고 있어 인근 도로에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앞서 지난 9일에는 레바논 북부의 한 주유소에서 연료를 먼저 사려던 사람들의 다툼이, 흉기와 총기까지 동원된 살벌한 싸움으로 커지면서 1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도시의 빵집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식인 빵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늘어섰다.
2019년 시작된 레바논의 경제위기는 작년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의 후폭풍과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이 더해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레바논의 경제 위기를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으로 진단했다.
경제 위기 속에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90% 이상 폭락했다. 이로 인해 수입 물품 대금 지급이 어려워지면서, 석유와 의약품, 밀가루 등 수입품의 가격이 치솟았다.
연료 부족은 발전소 가동에 차질을 빚어 단전으로 이어졌고, 의약품 수입 지체는 코로나19 와중에 약국과 병원의 비자발적인 폐업을 불렀다.
여기에 레바논 중앙은행은 지난 11일 석유 등 수입 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이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업계에서는 보조금이 끊길 경우 휘발유 등 연료 가격이 4배가량 폭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레바논 주민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연료를 구하기 위해 주유소로 몰려들었다.
연료 가격 상승이 주식인 빵값에도 영향을 미치거나 아예 빵집까지 문을 닫을 것을 우려해 시민들이 주식 구하기에 나섰다.
분노한 시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비난하면서 주요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폭발 참사의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한 이후 1년 넘게 새 내각을 구성하지 못해 '국정 공백'을 부른 정치권은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미셸 아운 대통령이 긴급 각료회의 소집을 요청했지만, 1년 전 사퇴한 뒤 임시 총리직을 수행해온 하산 디아브는 이를 거부했다. 사퇴한
또 보조금 중단에 반대하는 정부는 중앙은행이 독단적인 결정을 했다고 비난했으나 리아드 살라메흐 중앙은행장은 정부가 사전에 보조금 중단 결정을 알고 있었다고 맞받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