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내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것이라는 국제기구의 분석이 나왔다. 기존 분석보다 10년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진행된 제54차 총회에서 2021∼2040년 중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을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 총회와 2023년 시행할 첫 파리협정 이행 점검에서 과학적 근거로 사용된다.
앞서 IPCC는 지난 2018년 내놓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시점을 2030∼2052년으로 예측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그 시기가 9∼12년 더 앞당겼다.
보고서는 현재의 기후 상태를 분석하면서 2011∼2020년에 전 지구의 지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09도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또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2018년 0.20m 올랐고, 해수면의 평균 상승 속도는 1901∼1971년 연간 1.3㎜에서 2006∼2018년 연간 3.7㎜로 2.85배 빨라졌다.
2019년 주요 온실가스 농도는 CO₂ 410ppm, 메탄(CH4) 1천866ppb, 아산화질소(N₂O) 332ppb로 집계됐다. 이중 CO₂ 농도는 최소 200만년 간 전례가 없는 수치다.
그간의 기온 상승에서 온실가스는 1.0∼2.0도, 에어로졸 등 다른 인위적 영향은 0∼영하 0.8도에 기여했으며, 관측된 기온 상승은 인간의 영향에 의한 온난화 기여도와 일치한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는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는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도 1.2∼1.7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의 온도 상승분은 1.3∼1.9도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중미래(2041∼2060년)와 먼미래(2081∼2100년)의 지구 온도 상승 폭은 점점 더 벌어졌다.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중미래에 지구 온도가 1.7∼2.6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는 1.9∼3.0도 올랐다. 먼미래에서는 각 시나리오에 따른 지구 온도 상승분이 각 1.0∼1.8도와 3.3도∼5.7도로 최대 4도 가까이 벌어졌다.
지구 온도가 1.5도 더 높아지면 극한고온의 빈도는 8.6배, 강도는 2도 더 증가한다. 과거 극한기온은 1850년부터 190년간 50년에 한 번꼴로 출현했다. 대부분 육지 지역의 강수 변동성도 커지면서 지역에 따른 강수 증가와 감소, 극한(홍수와 가뭄)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평균 해수면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 0.63∼1.08m 오를 전망이다. 또 온난화에 따라 기후영향인자(CID·인간사회와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35개 인자)는 더 광범위해지고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등 복합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커진다.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통해 누적 CO₂ 배출량을 제한하고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 배출을 강력하게 감축해야만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PCC는 제2실무그룹 보고서를 내년 2월, 제3실무그룹 보고서를 3월, 종합보고서를 9월 중 승인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국내 차원의 '남한 상세(1㎞)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오는 12월 발표해 기후변화 적응 대책 수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