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폰에 차비도 준다…알뜰폰 불법 마케팅

입력 2021-08-09 07:16


알뜰폰 시장이 1천만명 가입자를 목전에 둘 정도로 성장하자 알뜰폰 가입자를 노린 이동통신사의 불법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짜폰에 10만원이 넘는 웃돈까지 '차비'라며 주는 불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온라인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탓에 정부의 단속이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일부 이통사 유통망에서 알뜰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공짜폰에 6만~16만원 상당의 현금 또는 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주로 알뜰폰 가입자가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 모델을 선택해 이통사로 옮겨올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장에 배포된 정책서에 따르면 A사는 갤럭시A12를 개통해 자사로 갈아탄 알뜰폰 가입자에게 16만원을 페이백 형태로 지급했고, 같은 단말 기준으로 B사는 11만원을 지급했다.

이들 모두 선택약정할인에 최소 180여일간 회선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 여러 조건을 달았다.

이런 마케팅은 현행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정해진 공시지원금 및 추가 지원금 범위를 벗어난 차별적 보조금으로서 불법이다.

지난해에도 이통사들은 5G 가입자 확대를 위해 알뜰폰 업계를 겨냥해 웃돈을 주는 등 이른바 '알뜰폰 타깃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정책 중단을 요구하면서 반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경고하자 잠시 잠잠해졌지만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단속을 피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온라인 SNS나 전화 등을 통해 은밀히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통사가 알뜰폰 성장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이 같은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알뜰폰의 가입자를 빼 오는 것이 통신사끼리의 경쟁보다 쉽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또한 이런 행태가 장기적으로 알뜰폰 업계의 경쟁력을 약화함으로써 통신사 독과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입자 입장에서도 차별 논란은 물론이고, 저렴하게 이통사로 옮겼다고 해도 까다로운 유지 조건을 지키지 못할 경우 할인액과 각종 사은품을 반환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도 알뜰폰 타깃정책 근절 이행 점검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며 "이런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이통사의 불법 마케팅 근절을 위해 더욱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