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 코인의 입·출금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코인 입·출금 거래자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실명계좌를 발급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3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현재 실명계좌 제휴 관계인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 룰' 체계를 구축하기 전까지는 코인의 입·출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트래블 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부과한 의무로, 코인을 이전할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사업자가 파악하라는 규정이다.
농협은행 측은 블록체인의 특성상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정한 트래블 룰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일단 코인의 이동을 막아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빗썸 관계자는 "원화가 아니라 코인의 입출금을 중단하라는 것으로, 거래소 간에 코인의 직접 이동을 막는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코인을 원화로 바꾼 뒤에 다른 거래소에서 해당 코인을 다시 사야 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더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구인 만큼 당장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이들 거래소는 실명계좌 발급 계약 연장이 필요한 만큼 무작정 피할 수 없는 처지다.
업계에서는 실명계좌 발급을 조건으로 각 은행이 다른 조건을 요구할 경우 '형평성' 문제 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 그렇다면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로 나올 것인지 의문"이라며 "은행마다 요구 사항이 다르면, 제휴 은행에 따라 정상 영업 여부가 갈릴 수도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바뀐 특금법에 따라 각 코인 거래소는 다음 달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사업자 신고에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가 필요하다.
농협은행은 앞서 6월 24일 빗썸, 코인원과의 실명확인 계좌 발급 계약을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시한인 9월 24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