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 데뷔한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가 상장 첫날부터 체면을 구겼다.
29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된 로빈후드는 공모가인 38달러에서 거래되기 시작해 8.4% 떨어진 34.8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38달러의 공모가도 희망 가격대의 최하단이었다.
종가 기준으로 첫날 시가총액은 291억달러(약 33조4천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 초보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증권 앱으로 각광받은 로빈후드로서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된 셈이다.
로빈후드는 '수수료 제로' 정책과 초보자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가입자를 크게 늘렸다.
대유행 초기 사실상 집에 갇혔던 청년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로빈후드는 올해 들어서도 게임스톱과 AMC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밈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 열풍이 불면서 사세를 더 확장할 수 있었다.
지난해 연간 745만달러의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로빈후드는 지난 3월 기준 고객 계좌 수 1천800만개로 전년 동월보다 150% 이상 폭증했다. 올해 2분기에는 고객 계좌가 2천25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로부터 로빈후드가 외면받은 것은 고평가 우려가 큰 데다 증권감독 당국의 조사에 따른 규제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연초 '개미 대 공매도세력' 간 힘겨루기로 게임스톱 주가가 폭등할 때 로빈후드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를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헤지펀드를 도와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게임스톱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 여부 조사에 나선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지검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로빈후드를 비롯한 증권사들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또 로빈후드는 지난달 말 미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잦은 서비스 중단 사태와 고객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 제공 등을 이유로 이 기구 사상 최고액인 7천만달러의 벌금(배상금 포함)을 부과받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