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칩 제조사 퀄컴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인텔은 26일(현지시간) 열린 기술 설명회를 통해 2025년까지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퀄컴과 아마존을 새 고객으로 소개했다.
인텔은 앞서 100개 이상 기업과 파운드리 사업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으나 퀄컴 및 아마존과 같은 대형 고객사 유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까지 업계 선두 자리를 되찾겠다면서 인텔이 앞으로 4년간 전개할 반도체 제조 기술들을 소개했다.
인텔은 10년 만에 설계에 변화를 준 트랜지스터를 적용한 '20A'를 가장 기술적으로 진전된 제품으로 소개했다. 인텔의 20A는 2나노미터(nm) 수준으로, 오는 2025년에는 1.8나노인 '18A'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4년 뒤 1나노대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는 대만의 TSMC이며, 한국의 삼성전자가 그 뒤를 바삐 쫓고 있다. 양사는 현재 5나노 제품을 생산중이며 3나노대에서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텔은 삼성이 3나노부터 전격 도입하기로 한 차세대 'GAA(Gate-All-Around) FET' 공정을 2나노에 적용할 계획이다.
인텔은 이르면 2025년부터 사진을 인쇄하듯 실리콘에 칩 디자인을 투사하는 극자외선 석판을 사용하는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EUV 장비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TSMC, 삼성전자 등의 마케팅 방식과 경쟁하기 위해 제품의 이름을 짓는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칩은 작을수록 좋다는 업계 인식에 따라 인텔은 '인텔7'과 같이 나노미터(nm) 단위의 숫자를 사용했다.
하지만 선두 경쟁사들이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름을 붙이면서 인텔의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첫 주요 고객이 된 퀄컴은 칩의 소비 전력 절감을 위해 새로운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한 '20A' 칩 제조 공정을 활용할 예정이다.
또 다른 고객인 아마존은 아마존 웹 서비스를 위해 자체 데이터센터 칩 제조를 늘려 왔으며 인텔의 패키징(칩을 조립하는 공정)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인텔은 퀄컴 및 아마존을 고객사로 유치한 데 따른 매출액이나 제조량, 퀄컴의 어떤 제품을 언제부터 인텔이 생산할 계획인지 등 상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겔싱어 CEO는 "두 첫 고객사와 매우 많은 시간 동안 기술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어 왔다"면서도, 퀄컴과의 거래가 '주요 모바일 플랫폼'과 관련 있으며 '심층적인 전략적 방식'으로 이뤄진다고만 설명했다. 또 새 기술들과 관련해 월가 투자자들에게 세부적인 사항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텔의 이날 발표로 앞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 사이에 인텔이 가세하며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2위 삼성전자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미세공정 기술력이 삼성전자보다 1, 2세대 뒤쳐져 있다 해도 세계 최대 반도체인 인텔의 영향력과 자본력·기술력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를 위협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퀄컴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사 물량을 인텔에 뺏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22조6천600억원)를 투자해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겔싱어 CEO는 이날 기술설명회 자리에서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