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급 규제에 신음하는 산업안전

입력 2021-07-22 17:24
수정 2021-07-22 17:24
<앵커>

중대재해법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안전 관련 규제들.

정작 효과는 내지 못하고 산업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산업부 신용훈 기자가 이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신 기자, '산업안전 규제를 처벌보다 예방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이게 오늘의 주제죠?

왜 이게 필요하다고 보는 겁니까?

<기자>

사업장 사정이 다 다른데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은 너무 획일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산업안전보건법은 기업들이 자체적인 안전 기준을 마련해서 잘 관리를 해오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해놓은 규정과 다르면 사업주가 처벌을 받는 구조거든요.

그리고 사업주가 아무리 규정대로 관리감독을 잘 했다고 하더라고 근로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안전수칙을 위반하는 것을 100% 막기는 힘든 실정인데.

지금의 산업안전관련 법들은 이런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처벌이 목적인지, 안전사고를 막는 게 목적인지 제도의 방향성이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

산업현장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데요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국내기업 486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기업의 72%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재해 예방 효과에 대해서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안전 관리에 방해가 된다고 답을 했습니다.

<앵커>

해외 선진국 같은 경우는 그러면 처벌 중심이 아닙니까?

<기자>

산업안전 체계가 처벌보다는 예방 중심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해외 선진국들의 산업안전 관리체계의 특징은 크게 교육, 자율성, 민간중심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교육면에서는 산업강국인 독일의 체계가 잘 잡혀 있습니다.

사업장 안전관리자들에게 3단계의 기본교육과 5개의 향상교육훈련 과정을 제공합니다.

기본교육은 기초, 심화, 분야별 교육을 받게 되는데 현장 실습까지 포함해 총 65일의 훈련을 받습니다.

그리고 5가지 전문교육분야에서는 법령과 조사 능력, 심리학, 이주노동자 관련 교육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럼 안전관리는 어떤식으로 진행이 되나요?

<기자>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자신들만의 방식을 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국이 대표적인 케이스 인데요. 1974년에 영국은 산업안전에 대한 접근법을 완전히 바꾼 보건안전법을 제정했습니다.

위험요소에 대한 관리·통제 방식을 사업주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영국 안전관리 체계는 정부가 일일히 규제 요소를 점검하고 처벌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선택한 관리방식이 적합한지만을 평가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앵커>

사업장 별로 맞춤형 관리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네요. 이 밖에 선진국들이 택하고 있는 안전관리 방식은 어떤게 있나요?

<기자>

산업별 협단체들을 활용한 안전관리 방식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일본인데요.

일본은 산업안전 관리 분야에 있어서 정부 기관인 노동성 말도고 중앙노동 재해방지협회의 비중이 상당히 큽니다.

재해방지협회는 1964년 설립된 민간재해 예방기관인데 건설업, 화물업 등 분야별 노동자 협회뿐 아니라 사업자 단체와 시민단체까지 총128개 회원단체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요 활동은 ▲기업의 사내교육 ▲안전전문 교육 ▲안전보건 컨설팅 ▲관리 노하우 제공 ▲대국민 안전캠페인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협회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로 교육 인데요. 근로자들에 대해 직접적인 안전교육 뿐만아니라 여러가지 활동들을 통해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도 처벌보다는 예방에 대한 부분부터 우선 제도를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는 게 좋겠습니까?

<기자>

일단 산업안전관리 주체를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 업무의 기능이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 분산돼 있습니다.

그리고 인력과 예산, 사업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고요.

이렇다 보니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있어서 독립성을 갖기 힘든 상황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일원화되고 독립적인 관리주체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앵커>

제대로 할 거면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부처부터 좀 만들어라 이거군요. 또 어떤게 필요합니까?

<기자>

두 번째로 감독인력의 훈련체계와 관련 예산의 효율화를 꾀하는 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 예방행정 인력이 2020년 기준으로 2,519명이고 안전 관련 예산은 '21년 기준으로 1조 1,121억원입니다,

선진국에 비하면 적지 않은 수준 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인사나 훈련시스템이 없어서 감독관 역량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채용 후 2~3주간 짧은 교육만 받고 현장에 배치가 되고, 감독관도 고용부 전제 인력 중에서 순환 보직되고 있어서 전문성이 기업의 안전관리자보다 낮다는 지적입니다.

그 외에도 산업별 특성이 다양해 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 안전 감독관들의 역량 또한 세분화 되고 전문화될 필요가 있는데요.

데이터나 과학적 분석 역량 등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산업안전 규제, 처벌보다 예방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산업부 신용훈 기자와 짚어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